가물가물한 기억이다. 몇해 전인지 알 수 없다. 부처님오신 날을 맞아 직지사 원주스님의 특별한 배려로 김천 직지사를 찾아 하룻밤 사찰에서 묵었다. 일반 템플스테이를 하는 방이 아닌 깨끗한 선방 하나를 선뜻 내주셨다. 외부 손님이라고는 우리 말고 외국인이 한 팀 있었을 뿐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을 때마다 추억이 새롭다.
다른 예쁜꽃들도 있었지만 빨갛고 파랗고 노란 등들 사이에서 순백의 불두화는 부처가 우리에게 던지는 법어와도 같다. 산사의 풍경들과 어울려 얼굴에 미소를 띄며 초록잎들 속에서 둥그렇게 피어난다. 그것이 불두화다. 특히 부처님오신 날 연등들과 어울린 불두화는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부처님오신날과 불두화가 마음 속에서 상징적으로 어울려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후로 내게는 부처님오신 날 꽃은 불두화라는 생각이 가슴에 자리잡았다. 문득 불두화를 볼 때면 부처님오신날의 직지사의 인상적인 사찰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올해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 2022년 5월 8일. 예천 회룡포 장안사 전각들 앞에서 활짝 핀 불두화를 마주하다.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부처님오신 날 또 하나의 법어를 전하기 위하여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회룡포의 강물은 굽이 굽이 돌아 자신의 법을 찾아 떠나고 나는 뿅뿅다리 위에서 물결을 바라보며 멍하니 멍하니 알 수도 없는 나의 생각을 따라가고 있었다.
장안사에 피어난 작약이 기와지붕과 어울려 연등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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