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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느끼며

가을에 생각나는 릴케의 '가을날'

by 오늘도좋다 2022. 10. 21.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엔 많은 바람을 놓아두소서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요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혼자 남아서
밤새워 책을 뒤적이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져 날릴 때
가로수길을 이리저리 헤메일 것입니다

안젤름 키퍼의 '지금 집이 없은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의 한 부분

시라는 것은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꾸 읽고 외우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니까. 내가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나의 의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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