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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자유를 향한 여정…현재보다 더 나은 인간 미래 : 아이 웨이웨이

by 오늘도좋다 2022. 3. 14.

아이 웨이웨이는 자유의 메세지를 회화, 사진, 영상, 설치, 건축, 공공미술, 전시기획, 출판 등으로 담아낸다. 아이 웨이웨이는 정치적이다. 억압된 세계에서 자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개념주의적 미술에는 메세지가 담기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힐끗 힐끗 보이는 미에 대한 탁월한 능력이 메세지에 힘을 실어준다. 아이 웨이웨이의 메세지는 강경하면서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생각에 갇혀져 있을 때 조차 아이 웨이웨이의 천재적 미적 감각은 생각을 뚫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0.6.25~9.20 전시된 <낯선 전쟁>에서도 아이 웨이웨이를 만났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라는 섹션. 전시실을 꽉 채운 고무보트를 타고 있는 난민들의 모습을 그린 <여행의 법칙>이라는 설치물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강화폴리염화비닐로 만들어진 칠흙같은 검은 조형물이 난민의 긴박한 탈출의 순간들을 침묵 속 웅변으로 보여준다. 양벽면에는 <난민과 새로운 오디세이> 그리고 <폭탄>이라는 벽면시트 부착지에 그려진 난민의 생활상과 폭탄이 작품의 무게를 더해준다.


4년간 여권을 빼앗긴채 구금생활을 했던 경험에서 난민들이 처한 싱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리고 있다는 아이 웨이웨이는 묻는다. '나의 예술이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예술은 무엇을 위한것인가'라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상황의 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아이웨이는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전시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는 6전시실에서 시작된다.

<검은 샹들리에>는 이탈리아 베니스 무라노의 베렌고공방에서 제작된 무라노 유리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다. 유리 느낌이 나지 않는 무광택의 검은유리는 비추는 기능이 아닌 빛을 흡수할 것만 같아 샹들리에와는 상반된 느낌을 주고 있다. 들여다보면 인체를 구성하는 골격으로 구성되어 두개골과 뼈 마디마디에 이어지는 손가락까지 섬뜩하다.

맞은편 벽에는 <흑요석 Ⅰ/ Ⅱ>가 프린트 되어 걸려 있다. 검은 샹들리에가 사진으로 투사되어 명확한 흑백의 평면이 된다. .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조형물이 가까이 다가가면 해골과 같은 구성물들이 드러난다. 아름답다는 것의 속성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일까.


<원근법>은 기존의 가치를 조롱한다. 기존의 권위를 비웃는다. 세계적 명소를 향해 조롱하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우뚝 세우고 있다. 40개의 액자가 13×3+1의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손가락은 마치 원근법을 보여주는 모습이지만 아이 웨이웨이는 비웃는다. 세계적인 건축물과 명소를 향해. 바이킹라인, 에펠탑, 만리장성, 콜로세움, 내셔널갤러리, 바티칸성당, 베네치아 산마르코대성당, 모나리자, CCTV,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천안문광장, 루브르박물관, 성도시공안국, 헬싱키백색성당, 테이트미술관, 백악관, 런던 밀레니엄브릿지와 세인트폴대성당, 베를린 페라가모박물관, 영국국회의사당,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등등.

나도 아이 웨이웨이의 <원근법>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워본다. 아이 웨이웨이에 대한 오마쥬이자 모든 것을 부정하고자 하는 아이 웨이웨이에 대한 나의 탄핵이다.


<색을 입힌 화병들>은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를 공업용 페인트에 담궜다 꺼낸 화병이라고 한다. 유물로서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점을 20세기 이후 도시 개발로 역사적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관행과 빗댄 작품이다.

화병들의 배경벽에는 <한대도자기 떨어뜨리기>가 마치 회화처럼 걸려있다.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레고회사에서 협찬을 해주었거니 생각을 했지만 레고회사는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아 협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민들이 레고조각을 모아 주었다고 한다.

중국전통 의상을 입은 작가의 모습에서부터 다분히 도발적이다. 세개의 장면은 떨어뜨리는 장면과 떨어지고 있는 상태, 떨어져 깨진 상황을 보여준다. 기원전에 제작된 도자기를 백만불이 넘는 도자기를 깨뜨리는 이벤트 자체가 작품이 된다. <색을 입힌 화병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NFT 미술품과 맥이 통한다고나 할까? 아니 그 보다도 역사적이며 서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까? 깨지는 장면을 사진사가 포착하지 못하여 백만불 넘는 도자기를 두개나 깨뜨렸다고 하니 참

<한대도자기 떨어뜨리기>는 사진으로 제작되었던 작품을 레고블럭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레고블럭 작품들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망점에 관한 이야기다. 사진이건 회화건 인간이 인식하는 이미지는 결국 무수히 많은 작은 망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망점을 어느 정도 확대하여도 인간의 이미지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것은 밖에서 받아들인 시각적 감각을 인간이 내적으로 이미지로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레고 작품을 보면 오히려 이미지가 더욱 극적으로 살아난다. 망점의 크기가 적당한 수준인 한에서는 말이다.

<조명>은 2008년 쓰촨 대지진 발생 후 현장을 찾아 영상을 모아 블로그에 올려 체포된 후 관련 재판을 받기 위해 가던 중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아이 웨이웨이는 삶의 순간 순간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작품은 천재적인 작가의 손에서 너무도 손쉽게 만들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에 대한 감상 후기는 시간이 되는대로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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