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된 순간이 압축된 영화의 장면처럼 서사를 함축한다. 연출된 공간에서 드러난 표정 하나가 연출의 의미를 순간적으로 전해온다. 작품의 심미적 측면에 관객이 매혹되면 메시지가 나타난다. 그것은 현실 너머의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인간의 실존적 외침이었을까?
벽면에 붙어서 카메라에서 이어진 셔터를 당겨 자살을 시도한다. 실존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같은 시공간으로 들어서야 한다. 작가는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자신의 세계 자신의 메시지로 들어오라고 외친다. 키홀을 통해서 3면으로 펼쳐진 영상을 통해 미스터리한 사건의 서사를 순간적으로 그리고 절제된 이미지로 보여주면서 우리를 유혹한다.
회전목마처럼 목없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어릿광대가 술래가 되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앞서 보았던 베를린 초상의 아이들 의상이 노래를 한다. 극적인 외로움이 밀려온다. 초상을 통해 도시의 느낌을 끌어낸다. 초상을 통해 자연을 끌어낸다. 그의 자연은 그래서 나의 자연과는 다르다. 그는 영상을 통해 설명한다.
이제 미술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이제 미술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이런 말들이 진부한 것이 되었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의 작품이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에서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전으로 열리고 있다.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다. 그의 대표작을 포함해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 특별 섹션 작품까지 무려 110여 점이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인 라익스뮤지엄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 전을 소개하는 특별 섹션을 포함해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라익스뮤지엄에 전시된 회화들을 감상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특별전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과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시각화할지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거장들의 작품과 비교하여 보여준다.
제1부 순간: 서사적 연출은 <비 Rain>, <짜증나는 Annoyed>, <희망 Hope>(2005) 그리고 <비탄 Grief>(2007)을 인물들의 순간적 상황을 포착하여 내면의 실존적 정서를 보여준다. 2012년 작품 <키홀 The Keyhole>은 열쇠 구멍을 통해 자가의 메시지를 몰래 엿보도록 유도한다. 특히 최근작 <만우절 April Fool>(2020)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극적 상황에서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담아낸다.
제2부 도시: 판타지 사이에서는 <베를린 Berlin>(2012), <상하이 Shanghai>(2017), <팜스프링스 Palm Springs>(2018)를 통해 도시를 초상사진을 통해 형상화한다. 완벽하게 연출한 인물의 표정과 손짓의 순간을 포착하여 도시 안의 사람들의 내면적 외로움을 드러내 보여준다.
제3부 고전: 현대적 초월에서는 <숲 속에서 Im Wald>(2020)를 통해 자연 속의 인간을 보여준다. 아니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느낌을 포착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양 산수화에 보이는 작은 인물처럼. 여러 초상 사진을 통해 자연을 추출하려는 것인지.
전시홀 마지막에는 전시 영상 1편과, 작품 메이킹 영상 4편이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이 영상들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유튜브를 통해 제공하고 있어 작가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윈 올라프는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다. 위트레흐트(Utrecth)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언어보다는 이미지를 통해 사회구조나 문제를 담아내며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활동 초기에는 상업 사진작가로 유명했다. 작가는 등장인물부터 스튜디오 배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1980-90년대에는 인간 신체 본연의 아름다움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종합예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스튜디오 연출과 완벽한 포토샵으로 시대의 분위기를 자신만의 고유한 형식으로 구현해냈다. 2010년대의 작품들은 각 도시를 직접 방문하여 현지의 현장감을 배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전 세계인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4천원에 이렇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미술관에서 수준 높은 현대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
Erwin Olaf: Perfect Moment─Incomplete World
전시기간: 2021. 12. 14.(화) ~ 2022. 3. 20.(일)
전시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 2, 4, 5 전시실
관람요금 :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수원시민 25%할인)
관람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나의 관람 :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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