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마틴의 신작 알루미늄 회화가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에서 선을 보였다.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수렴(Convergence)⟫이다. 작가의 공간의 한 곳을 향한 반복적인 붓놀림은 작품 내 하나의 접점으로 수렴된다. 갤러리에서는 한국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보자기’에서 그 유사점을 찾는다고 말한다.
국제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하종현의 <접합> 연작과도 통한다. 특히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내어 삐져 나온 물감을 나이프로 무질서한 듯이 밀어 낸 배압법의 작품에서 풍기는 느낌과 맥이 닿는다. 하종현이 동양적인 명상으로 안내한다면 제이스 마틴은 강렬한 색채감의 서구적 사색으로 우리를 끌어 당긴다.
기모노가 포장된 보자기의 곱게 지어진 매듭이 작가의 <수렴>이라는 작품으로 펼쳐진다. 제이슨 마틴 작품을 보면 야무지게 빈틈없이 마무리된 보자기의 단아한 색상과 매듭의 형상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제이슨 마틴은 캔버스 대신 단단한 알루미늄을 지지대로 사용한다. 작품이 품고 있는 광채는 지지대의 금속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의 그림은 지지대가 빛을 포착하고 반사함으로써 드러난다. 옆면으로 흘러내린 색채 또한 그의 작품의 일부다
두꺼운 안료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락을 연상시킨다. 그들이 화려하며 강렬하다면 그는 단순하나 힘이 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빗 모양의 도구로 단색을 여러 농담으로 펼쳐 놓는다. 붓의 흐름은 강렬하여 이미지를 응축시켜 접점으로 모은다. 붓 자국의 틈새 틈새로 아련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뚜렷하게 마음에 각인할 수 없기에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 삐져나온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내놓은 두 점의 종이 작품은 색과 움직임에 대한 작가의 실험이다. 저온 염색법으로 염색한 작품이라 한다. 실크에 전통염색을 한 친구의 작품과 마음 속으로 비교해 본다. 에메랄드 그린, 울트라마린 블루, 옐로우, 루비 레드 등 안료들이 혼합되어 안료 자체의 의지에 따라 작가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 표출된 반사된 듯한 색의 산뜻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회화는 궁극적인 결과에 닿기 위해 항해하는 일종의 명상이다. 모든 잡념을 비우고 현재 당면한 변수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잡념을 비우고 집중을 한다고 도에 이를 수는 없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지평은 가물한 것이다.
나는 마틴의 작품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비스듬이 바라볼 때가 좋다. 빗으로 긁어놓은 틈 사이로 기억들이 생각들이 보인다. 작가의, 나의, 그리고....
제이슨 마틴(Jason Martin)
수렴(Convergence)
Until 16 April 2022
타데우스 로팍
나의 관람일은 202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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