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하고도 십이일. 산책길 모락정원에서의 벚꽃을 본다, 매일 하는 산책인데다 날이 어제보다 흐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일시에 움을 띄워서 그런지 눈이 부시다. 초여름과 같은 날씨에 진달래도 개나리도 개복숭아도 목련도 일시에 만개했다. 생강나무꽃과 산수유는 이제 들어갈 지경이다. 꽃이 늦었다 했더니 자연은 따뜻한 봄기운으로 하룻만에 꽃을 피워냈다.
산에서 마주 하는 벚꽃은 과천 서울대공원 벚꽃과는 다르다. 화려함은 덜할지 모르더라도 자연스러움이 깊이를 더한다. 초록과 함께하여 화려함이 내면으로도 빛난다. 진달래꽃과 함께 하여 그 빛이 더욱 고웁다
자연은 섭리로서 명령한다. 모든 사물 속에 가지고 있는 본성에 명령한다. 피어라 꽃아! 피어라 꽃아!! 꽃이 피어야 하는 본성에 명령한다. 온도를 높이고 기운을 북돋우면 그 기운에 반응한다. 그것이 자연이다
모락정원이다.
벚꽃의 모락정원이다.
조각들이 함께하는 모락정원 갤러리.
취한다 벚꽃에 취한다.
봄바람에 꽃바람에 젖는다
기와 지붕 위로
그냥 진달래요
그냥 벚꽃이다.
어제의 목련은 벌써 빛을 잃었는데
야생화도 여기 저기
봄날에 취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상전이가 일어났다.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그 경계선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싹을 보고 움을 보고 꽃이 필 것을 알고, 꽃을 보고 신록의 세계가 열릴 것을 안다.
개나리 벚꽃 길에
산새 우는 소리
무슨 새일까?
하루 사이에 벚꽃이 활짝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 취한다.
아, 좋다.
그 어떤 추가적인 수사도 거부하는
이 모습을 보라!
진달래 꽃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여럿이 모여 피어 있다.
진달래꽃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벚꽃과 개나리와 그리고 여러 꽃들이
진달래는 아직 저만치에서 피어 있다.
진달래의 아름다움은 저만치 피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말했는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라고
신록과 함께 할 때 더 그 빛이 곱다
겨울을 헤치고 나온 수줍움과는 또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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