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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양정욱, 경비원 졸음 속 꿈의 세계

by 오늘도좋다 2022. 4. 25.

양정욱,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2013, 나무, 모터, 실, 백열등, 아크릴, 플라스틱병, 300x197x19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MMCA서울 5전시실 '나 너의 기억' 전시 중에서
2022년 4월 24일 관람, 관람료는 4천원

움직이는 원형의 나무 조각.

나무 조각들과 플라스틱 병이 끈으로 엮여져 나무 구조물을 이룬다. 그 가운데 전구 하나가 희미한 듯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벽에는 거대한 그림자 놀이가 진행되고 구조물 나무 조각에도 마찬가지의 그림자 놀이가 이루어져 그 자체도 조형물이 된다.

희미하고 느리게 울리는 나무조각과 플라스틱병의 마찰음이 졸음에 겨워 흔들리고 그것은 작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틈을 열어 젖힌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맞은편 건물 경비초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이 든 경비원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가 이 작품을 그렇게 구상하였다 말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아니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분위기를 우리는 작가의 설명을 보며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품을 둘러보는 시간 동안 작가의 기억 속에 우리의 기억들을 가두어 두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춘다.

나무 조각품 안에 덩그러니 놓인 전구는 새벽녘 홀로 불 켜진 경비실 바로 그 자체의 기억을 소환한다.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광경을 구조물은 추상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기억을 거스릴 듯 말 듯 자극하고 나무 조각들은 삐걱대면서 회전하는 소리가 이미지로 펼쳐진다. 그것은 다시 순간 순간 벽에 비쳐져 그림자가 되어 기억의 추상이 된다. 멈춰선 듯 움직이며 움직이는 듯 멈춰있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나무 조각이 경비원의 고단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나아가 꿈을 꾸는 뇌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움직임의 잔해를 벽에 그림자로 투사한다. 마치 꿈을 꾸듯 잠시 졸음에 깜빡이든지 말이다.

작가의 기억은 우리의 기억을 자극하고 우리는 희미한 옛 기억을 오늘에 비추어 본다. 우리는 아직도 경비원의 삶에 녹아 흘러가는 피곤함을 현재의 삶에서도 깊이 느끼는 것이다. 몸에 체화되거나 마음 속에 굳어진 삶의 피곤함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고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우리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잊혀져 가는 우리의 실존적 상황을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라는 이미지 언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2019년 1월10일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를 겸한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를 개관하며 열린 개관특별전 '별 헤는 날'에서도 인상깊게 보았던 작품이다. 이번 전시와는 달리 수장고의 전시라 그런지 원형의 커튼 속에 전시되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경비원의 졸음에는 더욱 어울리는 모습이랄까. 하지만 미술작품이란 보다 극적인 상황과 연출을 통해 더욱 의미를 더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언제 어디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만나게 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분과 전체 청주수장고 전시에서

부산현대미술관 《가장 멀리서 오는 우리: 도래하는 공동체》라는 전시에서의  <그는 선이 긴 유선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의 기억을 소환한다. 관람일은 2019년11월 8일

양정욱, 고립되고 개별적인 시공간이 연결되어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연결됨으로써 우리는 더욱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존재가 된다

*2019, 나무, 모터, 복합재료 등, 700X1000X350mm, 관람
전시기간 : 2019.09.11.(수)-2020.02.02.(일)

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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