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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히토 슈타이얼의 철학적 비평…거역할 수 없는 데이터의 바다

by 오늘도좋다 2022. 5. 24.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나의 관람일은 5월22일.

 

이제 삶의 표현은 데이터의 흐름 속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정보생명정치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경작하고 발굴한다. 구글맵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살펴보듯 단순한 시각 보다는 데이터를 읽고 처리하는 패턴 인식에 의해 세상을 인식한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데이터 사회에서 삶은 무엇이고 예술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인지 히로 슈타이얼은 디지털의 바다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이제 미술은 언어나 철학에 선행하는 이미지나 소리를 통한 느낌의 전달이라는 원시적 미술의 상태로 되돌아 간 것이다. 아직 데이터의 바다에는 예술의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적 예술의 수법들은 단발마적인 서사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느낌이라는 원초적 감각의 도움없이는 소통할 수 없는 언어의 유물일 뿐이다.

미션완료: 벨란시지 전시 장면

전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사물 인터넷, 로봇 공학, 3D 시뮬레이션 첨단 디지털 기술 시대의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어지럽게 움직이는 화면에서 에너지가 넘쳐나고 객석 자체도 하나의 조형물이자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음악과 음향이 뒤석여 단순한 이미지의 미술이 아니라 역동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이 녹아 흐르는 영상의 미술이 너무도 손쉽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예전에 가능하지도 않았을 동적 이미지가 AI에 의해 창출되고 선택된다. 작가는 이미지와의 대화를 통하여 이미지를 통제하려 하지만 창발적인 이미지의 흐름을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인간 실존이라는 철학적 고뇌와 비판이 함께 한다. 히토슈타이얼의 메타버스의 세계가 이렇게 세상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 개막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히토슈타이얼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요즘 디지털 시대에 대해 비평가나 철학자답게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정교하지 못한 알고리즘과 봇들이 우리의 현재를 망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재편된 세계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수많은 자동화 서비스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소셜심>'(2020,1819) 이다. 화면에는 춤추는 경찰 아바타가 등장한다. 전시장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르는 댄스 음악과 싸이의 강남스타일과도 같은 화면속 캐릭터 움직임이 하나의 느낌으로 압도해 온다. 화면 속 경찰들 춤은 팬데믹 이후의 대중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 군인들의 행위를 데이터로 변환한 것이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모션캡쳐의 기술을 사용하여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데이터화한 것이다. 2020년 시위 현장의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수 등의 다양한 데이터가 쓰인 것이다.

두 번째 전시방에는 살바도르 문디라는 도난된 미술 작품을 찾는 태스크포스 이야기 상영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을 되찾기 위해 가상의 전시공간으로 투입되고 신경망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미술들을 만나게 된다. 알 수도 없는 이야기가 단발마와 같은 나레이션에 의해 전개되고 우리는 막연히 가상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메타버스인 것이다. 투명한 공과 같은 의자에서 음악에 맞추어 몸을 구르다 보면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가상현실 속으로 연결된다.

201523분짜리 영상 <태양의 공장>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현실 세계에서의 신체 움직임이 데이터로 변환되는 사회에서의 인간의 노동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데이터는 어디서 오는가? 기본적으로는 현실이라는 입력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니 데이터는 현실과 흐릿하게 연계되어 있다.

대량의 데이터가 수집·등록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이 감시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 감시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율리아가 태양의 공장을 코딩한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플레이를 해야하기 때문이다.당신은 모션캡쳐 회사에서 노동을 강요당합니다이것이 태양의 공장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질문이다

스페인의 양치기 이야기를 주제로한 신작 <야성적 충동>TV방송국 제작진이 양치기들의 삶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다 팬데믹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고 동물 전투 메타버스를 제작하는 서사를 다룬다.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인간의 탐욕, 야망, 두려움으로 인해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리얼리티라는 예능프로와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현상들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며 보여주는 모순을 작가는 비평적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미래다LED 스크린이 장착된 구조물, 파워 플랜츠로 이뤄져 있다. 영상에서는 신경 네트워크가 내러티브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헤자라는 쿠르드족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다. 두 번째 방에 구성된 파워 플랜츠는 인공지능과 예측 알고리즘, 미래 예견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만화경 같은 컬러풀한 식물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재생해 내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디지털 기술로 어둠 속에서 연출해 내는 꽃이라는 이미지의 다양한 아름다움에 우리는 놀랄 뿐이다.

그 외에도 다른 전시실에서 작가의 초기 작품인 다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영상물을 연출해 내는 주변 조형물이 영상에 의미를 더해준다.

 

 

데이터의 바다, 영상에 의미를 더하는 조형물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4전시실에서 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을 따라 시선을 옮겨본다. 영상과 조형물들이 잘 어울려 나름에 메세지를 전달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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