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관에 서서

백남준이 소리친다,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by 오늘도좋다 2022. 5. 18.

예술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건조한 세상이 재미없어서
예술이 비정상으로 보이고
때로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 예술은 사기

백남준아트센터의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휠체어를 타고 새천년을 맞는 백남준의 모습 <호랑이는 살아있다>에서 시작한다.

2000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렸던 백남준 회고전의 제목은 ‘백남준의 세계’였으며 60년대부터의 백남준의 작품을 망라하는 전시였다. 회고전이란 예술가를 총정리하는 무대이나 백남준은 그 곳에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의 작품 <삼원소> 앞에서 괴성을 울리며 아직 못다한 예술의 열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왠지 비장하면서도 끝없는 예술가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이 보인다. 계속 도전하는 것이 아방가르드이며 그래서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는 것일까?

수레바퀴와 다섯 개의 TV로 된 <자화상>이 2000년 당시의 백남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휠체어를 탄 늙은 예술가의 내면이 상징적으로 다섯 개의 TV 속에 몇 가지 패턴을 그리며 드러난다. 이 얼굴인가 저 얼굴인가 자신의 내면이 단순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부처의 얼굴이다. 미친 듯이 보일 수도 있는 자신의 행동이나 작품 속 한 켠에는 동양의 깨달음에 대한 연민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74년 <TV 부처>는 부처를 응시하는 CCTV 카메라와 그것이 찍어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처의 극적인 대결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줄기 조명이 긴장감을 더하고 있지만 돌부처의 마음은 더욱 깊어만 간다. 조그만 돌부처는 백남준이 조각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그저 어디서 구입해 가져온 것일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당당한 아방가르드의 정신이니까?

백남준의 세계는 아방가르드라는 메타버스의 세계라고 전시기획자는 이야기하며 팬데믹의 세상에 대해 백남준은 예술과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서 무엇을 이야기해 줄지 묻고 있다.

백남준은 ‘아방가르드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 자신의 유전자로부터 유래한 것, 즉 자신의 본래의 성격에 아로새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랄 알타이 사냥꾼들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언제나 멀리 떠나 새로운 지평선을 바라보았듯이, 아방가르디즘이 자신의 삶을 항상 새로운 예술로 잡아 끄는 근원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1993년 <징기스칸의 복권>이다. 전세계를 떠도는 유목 같은 삶에서 교류와 소통은 중요한 삶의 형식이자 내용인 것이다.

백남준의 아방가르드는 죽어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의 세계에서는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다. 아니 백남준의 아방가르드는 형식면에서 더 이상 아방가르드가 아니라 현재의 일반화된 수법으로 자리잡았으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그가 사용한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을 수리하는데 어려움이 바로 오래 된 TV라 그렇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방가르드의 핵심은 그 수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취적 정신에 있는 것이니

<닉슨>에서 백남준은 묻는다.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라고 두 개의 연결된 세계가 자기장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영상을 보여주지만 정확히 일대일 대응하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 백남준은 세상에 많은 영감을 주었으니 그의 수법과 정신은 <닉슨>처럼 또 다른 세계에 투사되어 유목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전시장 2층에는 백남준이 1961년에 작곡한 텍스트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이 ≪완벽한 최후의 1초 – 교향곡 2번≫이라는 제목의 전시로 후배 예술가들에 의해 시현되고 있었다.

나는 상대적인 것이
바로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백남준,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에 대하여-

나의 관람일은 2022년 4월 27일과 5월 17일

백남준아트센터는 빛과 조화를 이루는 그랜드피아노 형태의 건축물

백남준아트센터 건축설계는 2003년 국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젊은 독일 건축가인 크리스텐 쉐멜(Kirsten Schemel)과 독일 베를린(Berlin) KSMS 쉐멜 스탄코빅 건축사무소의 마리나 스탄코빅(Marina Stankovic)과 공동으로 디자인 하였다. 여러 겹으로 만들어진 거울들이며 전시실, 비디오 보관실, 다목적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총 5,600 sqm (60,300sft)의 규모이며, 지상 3층과 지하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 4월 30일에 완공식과 함께 공개되었다.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2008.9.22)받았다.

실내에서도 통유리창 사이 사이로 흘러들어는 빛이 전시 작품들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728x90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