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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남유럽 여행의 기억(2일차) 리스본

by 오늘도좋다 2022. 6. 8.

2일차 : 리스본의 첫인상…시간이 응축된 비탈길 (2019. 6.8 토)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수도원과 광장 위로 6월의 하늘은 눈부시도록 파랗게 빛난다. 빛바랜 옛 영광의 흔적들이 도시의 곳곳에 묻어나 이야기가 된다.

밖이 캄캄한데 눈이 떠진다.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니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다. 5:50분. 우리나라는 한낮 1:50분이다. 리스본이 8시간 느리다.

6:30분 호텔 조식.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고 북유럽스타일로 음식이 풍성하다. 딸기가 있어 맛있게 먹고 빵까지도 너무 맛있다. 매니저의 포스가 느껴지고 조찬 시간이 즐거웠다.

8:40분 Campo Grande역. 아줄레주 벽화로 장식된 지하철역이 특색이 있다. 지하철 타는 곳 표시도 없고 약간은 무질서해 보인다.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타 보는 지하철에 약간은 기대감을 안고 탔다. 네명이 마주보고 앉는 좌석이다. 지하철 문에 타고 내릴때의 주의사항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바이샤 치아두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파란 하늘에 뜬 구름이 두둥실 내 마음에도 날아들어 설레게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하늘 모습이다.

거리가 참 예쁘다. 돌을 잘게 잘라 촘촘히 박아놓은 길이라 걷기는 조금 불편하다. 도로 폭도 좁고 보도 폭도 좁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양쪽 건물들 위로 놓인 다리가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돌들로 문양을 만든 길바닥과 아줄레주로 장식된 집들에서 리스본의 특별함이 느껴진다.

9:25분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가 1902년에 설치한 공공엘리베이터가 리스본의 명물이 되었다. 항상 길게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긴줄은 아니라서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해 조금 기다리다 탔다. 외관은 철재이고 내부는 나무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엘리베이터가 25명의 승객을 태우고 45m의 높이를 두 대의 승강기가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 내려 옆으로 좁은 나선형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가면 리스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멋진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카르모수녀원이 내려다 보이고 시야를 넓혀가며 호시우광장도 보이고, 멀리 산 위로 상 조르주성도 보인다. 리스본 시내를 가득 채운 붉은색 기와지붕이 시선을 붙들기도 하고. 더 멀리 보이는 바다가 파란 하늘과 어울려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맑은 햇살 사이로 바람이 세차게 날아온다.

나선형 계단 내려와 왼쪽으로 카르모수녀원으로 향한다. 수녀원과 주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속으로 울려퍼지는 버스커의 소리가 잘 어울린다.

10시 카르모수녀원. 리스보아 카드로 할인받아 3.2유로를 현금으로만 받는다. 내부 들어선 순간 절로 감탄. 뼈대를 드러낸 건물에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성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나며 바닥에 골격의 그림을 그려낸다. 맑은 햇살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더해져 감동을 더한다. 리스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사원 중 하나로 1755년 리스본의 대지진으로 파괴되고 남은 자리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며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안쪽의 박물관 내부는 아줄레주 장식이 되어있다. 화려한 석관과 이집트 미라도 보이고 훼손되기 전의 카르모수녀원 모형도 전시되어있다.

카르모 수녀원 앞 작은 광장. 오동나무꽃과 비슷한 진한 보라색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활짝 피어있다. '화사한 행복' 꽃말을 가진 자카란다꽃이다. 종모양의 보라색꽃들이 모여 활짝 피어있는 모습에서 광장이 환하게 빛이 난다. 마음까지 화사해진다.

산 페드로 드 알칸다라 전망대 가기 위해 푸니쿨라를 타러 갔다. 코르크로 만든 신발과 가방 가게들이 보인다. 코르크 채취에 사용되는 코르크 참나무의 재배가 포르투갈이 세계 1위임을 엿볼 수 있다. 구글 지도를 보며 핸드폰 들고 걷다 보니 호시우광장으로 나와버렸다. 바닥이 물결무늬로 수놓인광장이다. 착시호과를 일으키며 입체적으로 너울거리는 파도가 느껴진다. 까만 현무암과 하얀 석회암으로 만들어낸 모자이크다. 이런 포르투갈식 보도를 '칼사가 포르투게사'라 한다. 먼 바다를 떠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자 하는 포르투갈 왕실의 염원이 담겨있다.

왼쪽으로 올라가 푸니쿨라를 탔다. 리스보아 카드로 탑승. 좁은 도로의 오르막을 푸니쿨라를 타고 오른다. 내려오는 푸니쿨라를 용케도 비켜가며 올라간다. 푸니쿨라에도 도로의 양쪽 건물 벽에도 온통 그래피티로 장식되어 있다. 타자마자 내리는 기분이다. 짧은 구간이다.


산 페드로 드 알칸다라 전망대. 붉은 기와지붕들과 어울려 파란하늘의 리스본 시내가 보인다. 큰 감동은 없다. 리스본의 쓰레기통은 독특한 형태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놓여있다. 도로의 동상들도 자유로운 모습이다. 거리의 파두공연이 좋아서 멈춰서 잠시 빠져 들어본다.

12:07분 호시우광장에 있는 Comur 정어리 통조림가게. 놀이동산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매장안에 한글안내문도 있고, 들어서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이 찾는곳이다. 올리브오일에 절인 참문어와 정어리를 하아씩 샀다. 참문어는 12.3유로로 꽤 비싸다. 여행 중 한끼 반찬이 될 것이다.

상 도밍고성당 Sao Domingos (성 도미니크성당) 1241년 완공된 성당으로 한때 리스본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 리스본 대지진과 화재로 파괴된 재난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성당이다. 미사 중이라 실내를 둘러볼 수 없었다. 거의 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서 걷기에 좋았다.

이제는 지하철로 이동 칼루스테 굴벤키안박물관. 박물관 앞에 맛있어보이는 햄버거집이 있다. 잔으로 맥주를 주문하니 벽면에 쓰인 번호를 선택하라 한다. 맛을 몰라 망설이니 작은 컵에 담아 두잔을 샘플로 가져다주며 번호를 선택하게 한다. 햄버거도, 도넛도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박물관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


13:32분 칼루스테 굴벤키안박물관. 여기는 리스보아 카드가 적용이 안된다. 20유로 결재. Modern Collection. 현대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이 참 좋다. 넓은 전면 유리창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의 식물들이 실내의 전시된 작품들과 어 울린다. 바깥 정원의 푸르른 나무와 물, 정원을 걷고 있는 관람객들까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전시실에 놓인 조각들과 어울려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작품이 되고 있다. 넓은 통유리와 위로 길게 이어지는 유리창을 통해서 자연광이 들어와 전시실이 밝아보인다. 전면은 1층이지만 후면은 위로는 2층이고 아래로 지하 전시공간으로 연결이 된다. 중앙에는 투명 엘레베이터와 옆으로 계단이 있어 오르내리도록 되어 있다. 2층에서도 트여있어 난간에 서면 1층의 전시 공간과 앞의 유리창문으로 바깥 정원을 볼 수 있다. 미술관의 구조가 무척 마음에 든다.

미술관을 둘러싼 Garden이 명품이다. 넓은 정원은 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작은 계곡에 물이 흐른다. 청둥오리와 공작이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정원의 풀밭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눕기도 하고, 앉아서 편하게 노닐고 있다.

Founder's Collection 이집트 유물과 인도세밀화, 테피스트리와 도자기, 유리그릇, 중국 병풍과 도자기, 성경책, 상아로 만든 성경 조각들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루벤스. 렘브란트. 터너, 마네, 드가, 르느와르, 모네 등의 회화작품과 로댕의 조각까지 질 좋은 작품에 흥분이 되었다.


커피숍에서 수박 한조각을 먹고 나왔다. 호텔 근처의 슈퍼 LIDL에서 생수와 체리를 샀다. 공항 가까운 외곽이라 호텔에서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아침 조식이 훌륭한것은 마음에 든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18시경 다시 나왔다.

리스본의 지하철역은 각기 서로 다른 각자의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자하철에서 역을 스쳐 지나갈때마다 색다른 모습에 기대를 하며 보게 된다.개성있는 다른 모습의 벽화들이 좋아보인다.

19시 성 조르제성 Castelo S, Jorge 리스보아 카드 적용이 안 된다. 20유로. 전망이 최고다. 돈을 받는 이유가 있지 싶다. 붉은 기와 지붕들과 멀리 흐르는 테주강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21시까지 open인데 20시로 알고 너무 빨리 들어왔다. 폐허로 남은 공간에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너무 추워 나가자 했다. 노을이 지면 멋질텐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나왔다. 나와서 바칼라우와 와인 한잔을 마셨는데 바칼라우 맛이 별로였다. 맛집이 아닌 듯.

진정한 여행의 첫날이 지나간다. 카르모수녀원과 칼루스테 굴벤키안박물관, 성 조르제성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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