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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남유럽 여행의 기억(3일차)…리스본

by 오늘도좋다 2022. 6. 9.

3일차 포르투갈 건축 미학에 취하다 (2019.6.9 일)

묻어둔 시간 위에 포개지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리스본(공간에 홀리다 중에서)


4시반 기상. 오늘은 호텔을 옮겨야 한다. 캐리어 정비하고 아침 조식. 매니저에게 달걀후라이와 와플까지 주문해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맛있게 먹고나니 기분 Good!

8:20 Campo Grande역에서 Linha Amarela (Yellow Line)와 Linha Verde (Green Line)을 이용하여 8:50분 오리엔테역에 도착. 역마다의 특색있는 리스본지하철역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Campo Grande역은 아줄레주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철 안의 만화그림도 재미있다. '노약자에게 자리 양보하는 만화' '타고 내릴때의 예절만화' '핸드폰 예절, 이어폰 귀에 꽂고 소리내지 않는 만화' 등

오리엔테역의 장식 벽화와 물고기 모형 조형물과 벽에 부착된 원형통의 쓰레기통 등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살펴보며 올라왔다. 위로 보이는 기차역의 하얀 조형물이 예술적이다. 우거진 나무 형상의 모습이다. 지하철역 정면은 배의 형상이다. 길 건너로 바스코 다 다마 쇼핑몰이 내부까지도 환하게 보인다.

도로를 건너면 바스코 다 가마 쇼핑몰. 유리로 지어진 바스코 다 가마 쇼핑몰은 하늘이 보이고 햇살도 품어안아 빛이 가득 들어온다. 창을 통해 앞의 오리엔테역까지 한 공간처럼 품어 안는다. 커다란 선박의 형상을 가진 멋진 건물의 쇼핑몰이다.

쇼핑몰을 통과해 나오자 사람 형상의 조형물과 주변의 멋진 건축물 등이 툭 트인 공간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보여준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다는 세명의 한국 젊은이들도 만났다.

테주강으로 향해 걷는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잔잔하게 물이 잠긴 공간 사이를 걸어 테주강을 향해 간다. 한쪽으로 세계 각국의 국기가 걸려 나부낀다. 태극기도 찾아본다.

바다같은 테주강. 파란 물이 넘실대는 넓은 강물 위로 놓인 저 멀리의 다리로 자동차가 달리고,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케이블카가 보인다. 햇살 좋은 맑은 공기 위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더없이 기분을 좋게 한다.

알바로 시자의 작품 포르투갈 파빌리언을 찾아와 휴양지같은 풍경을 마주하니 감동이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여유로운 현지인들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서 더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걷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어울려 멋진 작품 속 풍경이 된다. 바다같은 테주강과 강 위로 놓인 멀리 보이는 다리, 그 위를 달리는 장난감같은 자동차가 하늘과 구름과 케이블카가 가끔씩 지나는 길 위의 사람들과 어울려 여유로운 행복한 마음을 만들어준다. 최고의 순간이다. 다음에 리스본을 찾게 된다면 숙소를 여기로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포르투갈 파빌리온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설계로 '98포르투갈 리스본 세계 엑스포 개최로 지어졌다. 물과 도시를 잇는포르투갈의 역사의 시작을 바다의 개척과 연결시키는 의미로 바다에 걸쳐진듯한 캐노피 형태로 표현하였다. 폭 58m에 길이 65m나 되는 캐노피는 마치 하늘에 천을 걸쳐 놓은 듯 하다.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로 주변과 어우러져 지금 눈앞에 최고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쉬움을 안고 되돌아 바스코 다 기마 쇼핑몰을 둘러 보았다, 선박 모양의 1층, 2층, 3층이 서로 잘 어우러진 공간에서 오렌지착즙 쥬스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커피와 홍자, 스콘을 더했는데도 5유로다. 맛도 좋다. 저렴한 물가까지 아침 기분 최고다. 여유롭지 못한 시간이 문제다. 바삐 오리엔트 기차역으로 올라갔다. 흰 구름이 노니는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하얀 구조물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야자수나무가 길게 서 있는 모습으로도 보이고, 햇살아래 활짝 펼쳐진 우산살로 보이기도 한다.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설계로 1998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어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호텔 도착해 양해를 얻고 준비하여 30여분 늦게 체크 아웃. 도시세를 받는다. 2일에 8유로
택시로 알티스 벨렘호텔 이동.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난다. 벨렝탑 앞으로 사람들이 무지 많다. 햇살은 강하게 내리쪼이고 북적대는 곳이다. 호텔 입구에서 버튼을 눌러 승낙받고 택시가 들어간다. 15시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기에 방만 정해 놓고 지도를 받아 주변 설명을 들었다. 룸에는 오후 세시에 들어갈 수 있다.

호텔에서 트램 타기 위해 가는 길이 복잡하다. 계단으로 된 육교를 건너야 한다. 도로 한 가운데로 기차길이 지나가기 때문에 횡단보도도 없다. 택시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호텔로 이동했더라면 생고생을 했을 것 같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램정류장에도 보라색 자카란다꽃이 활짝 피었다. 꽃과 어우러진 정류장 분위기가 예쁜 공원같다. 돌의자에 앉아 트램을 기다리는데 진짜 동화같은 예쁜 한칸 트램이 온다. 내부가 나무로 되어있다. 트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집들 구경이 재미있다. 한 정거장 거리에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렘문화센터가 있고 조금 더 가다가 국립고대미술관도 눈에 들어온다. 오랜 세월이 묻어있고, 폐허가 된 듯한 집도 보이다가 웅장한 건물이 나타난다. 아줄레주 장식의 예쁜 집들을 스쳐보내며 리스본 거리 풍경을 즐긴다. 속도는 느리지만 예쁜 노란 트램안에 앉아 있으니 동화의 나라에 들어선 착각에 빠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속도가 느리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트램선들이 파란 하늘에 수놓은 듯 얼켜있다. 구글 지도로 시아두국립현대미술관 찾아가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매우 가파른 비탈길에 세워진 도시라 평면적 지도로는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작은 돌들로 모자이크된 보도 블럭을 이리 저리 걸으며 좁은 오르막길 위로 위치한 시아두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리스본의 도로는 폭이 좁다. 보도도 아주 좁아 한명 걸어가면 될 정도로 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서로 스쳐지나가야 할 정도다.

시아두국립현대미술관은 수도원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리모델링한 건축물이다. 장 미셸은 인천국제공항과 가나아트센터 등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전시 작품보다는 건축물에 더 눈길이 갔다. 관람객이 거의 없어 한적해 좋았으나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린 게 흠이었다.

가는 길에는 현대식 트램을 탔다. 제로니무스수도원에서 내려 호텔 주위를 익히기 위해 벨렘문화센터를 통과해 걸어갔다. 횡단보도도 없고 아까 건넜던 계단 육교로 나온다. 16시 체크인 방에 들어서니 에그타르트와 생수가 놓여 있었다.

MAAT를 가기 위해 테주강을 따라 걸었다. 발견기념비기 우뚝 서 있다. 기념비 앞의 광장 바닥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최전성기의 포르투갈이 바다를 나아가 호령했던 옛 영광을 드러낸 흔적을 보여준다. 늦은 오후시간인데도 햇살이 쨍하고 내리쪼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걷는데 힘들지는 않지만 거리가 꽤 된다. 두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

17:30분 MAAT 리스보아 카드로 무료 입장. Museum of Art, Architecture & Technology의 약자로 예술과 건축 과학기술까지 아우르는 현대미술관이다. maat라 쓰인 간판 뒤로 벽돌건물이 있고,테주강을 향해 서 있는 항해선같은 백색의 건물이 구릉처럼 길게 펼쳐져 있다. 미술관 위의 옥상에 올라서면 주변 경관에 넋을 잃을 정도다. 영국의 여성건축가 아만다 리베트의 설계로 두툼한 흰 타일이 건물 외벽을 감싸며 태양과 강의 물결에 따라 반응을 한다.

벽돌건물에 들어서니 거대한 공장이다. 가동되다가 폐기된 화력발전소 건물을 개보수해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바로 옆으로 미술관을 신축했다. 벽돌 건물안은 오르고 내리는 계단까지 소리까지 더해져 무서운 느낌이 든다. 걸어서 옆으로 펼쳐진 미술관의 지하 전시장에서 전시를 둘러보았다.

전시실을 나와 테주강을 바라보며 미술관 건물을 둥글게 돌아 따라 올라가면 건물 위에 자리한 전망 명소가 환하게 드러난다. 마치 편안한 산위에 올라선 느낌이다. 바다와 같은 테주강의 푸른 물이 넘실거리고 멀리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강 너머의 산과 마을, 산위의 커다란 예수상이 보인다. 뒤로 돌아서면 리스본의 붉은 기와 지붕과 건물들이 티없이 파란 하늘과 낮게 깔린 뭉게구름들과 어울려 최고의 전망을 보여준다. 비행기 길인듯 하늘 위로 비행기가 참 많이도 지나간다. 옥상 위에 설치된 개와 사람 조형물. 뒤쪽의 기차길이 있는 도로 위로 저 건너편까지 내려가는 하얀 다리도 인상적이다.

길게 이어진 다리를 따라 걸어 내려오니 오후에 트램타고 지났던 도로가 나온다. 타일 붙여진 리스본의 특색있는 건물들을 구경한다. 문 위에 숫자로 주소가 표시되어 있다. 좁은 폭의 보도는 각각의 다른 문양들로 타일이 박혀있다. 도로에서 좁은 보도를 통과해 집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철재셔터문이 내려진 가게도 보인다.

18:50분 리스본의 명물 에그타르트가게를 찾았다. Pasteis de Belem. 1837년부터 제로니무스수도원의 카톨릭 수도사가 만들었다는 에그타르트의 비법을 전수받은 곳이라 인기 장소이다. 관광명소로 소개된 집답게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한박스에 6.9유로.

19:10분 제로니무스 수도원 미사를 잠시 들여다 보니 건물이 웅장하다. 길 건너 벨렘문화센터와 베라두미술관을 지나 호텔로 들어왔다. 방에서 테주강이 보인다. 멀리 발견기념비도 보이고 다리까지 전망이 좋다.

저녁 산책. 호텔 앞쪽으로 요트들이 물위에 떠있다. 불빛이 반사되어 밤의 풍경이 훨씬 반짝거린다. 반 고흐의 그림이 살아난 실제 모습같다. 벨렝탑까지 길이 이어진다. 종아리가 아픈 듯 하여 들어와 쉬었다.

오리엔트역과 포르투갈 파빌리온과 어우러진 테주강을 만나 기뻤고, 테주강을 향해 펼쳐진 MAAT를 방문할 수 있어 행복했다. 분위기좋은 호텔까지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보통날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한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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