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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

남유럽여행의 기억(4일차)…리스본에서 포르투로

by 오늘도좋다 2022. 6. 10.

4일차,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로 (2019.6.10 월)

테주강 끝단 벨렘지구에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마시고 현대건축에 걸맞는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한다. 과거의 영화를 상징하는 발견기념비가  포르투갈의 자존심을 달래고 부의 상징인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에서는 이제 달착한 에그타르트를 관광객에게 팔고 있다.

Good Night 카드와 함께 숙면을 취하고 눈을 뜨자 푸르른 테주강이 인사를 건네온다. 6시 MAAT를 향해 테주강을 따라 걸었다. 우리 둘만이 걷는 상큼한 이른 아침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어제는 멀다 느껴졌는데 하루사이에 익숙해져 바로 도착한 느낌이다.

MAAT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여성이 한 명 보인다. 입구에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인사하는 사람 작품이 놓여있다. 미술관 위 전망대는 아직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앞에 있던 직원 분이 막아놓은 설치물을 열어주면서 우리 둘이 들어가도록 배려를 해 주신다. 감사, 감사합니다 인사 건넨 후 벅찬 마음으로 올라갔다.

확 트인 전망좋은 루프탑에서 우리 둘만이 자유롭게 호사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아침 공기는 약간 쌀쌀하다. 루프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휘어지며 연결된 백색의 다리를 건너 도로로 나와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8:10분 호텔 조식. 요트들이 보이고 테주강이 건너다 보이는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의 아침식사는 최고였다. 연어와 하몽, 메론 등 이름도 모르는 맛있는 과일까지 가져와 맛있게 먹고, 직접 서빙해주는 커피맛도 최고였다. 신선한 오렌지쥬스도 맛있다. 계란 후라이를 주문했더니 진한 주황색 노른자의 달걀에 채소와 포도알을 잘라서 장식해 나온다.


바쁘게 캐리어 꾸리고 체크 아웃. 리스본의 도시세는 1박에 4유로. 캐리어는 맡겨두고 나왔다. 아침 10시인데도 햇살이 따갑다. 테주강따라 발견기념비를 보며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전동차와 자전거가 놓여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타고 즐길 수 있다. 대항해시대를 기념하는 기념비답게 뱃머리 선두에 선 항해왕 엔리케의 조각까지 보일 정도로 거대한 구조물이다. 바스코 다 가마와 마젤란 등 탐험가와 왕, 선장, 항해사, 선교사, 지도제작자, 도선사, 수학자, 화가 등 대항해시대에 활동한 인물들이 상징하는 물건을 들고 뒤로 서있다. 발견기념비 앞에는 '바람의 장미'라는 나침반.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나라들이 표시된 세계전도가 바닥에 그려져있다.


발견기념비에서 지하도로를 건너면 넓게 잘 가꿔진 정원이 있다. 정원 앞으로 도로만 건너면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월요일이 휴관이다.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을 개척하고 비단과 향신료가 포르투갈에 들어오게 되자 미누엘1세가 자신의 부를 드러내기 위해 짓기 시작한 수도원이다. 거대한 규모의 석조 건물로 화려한 조각상들로 장식된 정교한 건축물을 들어가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다시 정원으로 들어와 옆의 벨렘문화센터로 향했다.


10:50분 베라두컬렉션미술관. 입장료 7유로 벨렘문화센터 건물안에 있다. 벨렘분화센터는 마치 성처럼 지어진 거대한 규모의 위엄있는 모습이지만 테주강과 제로니무스수도원사이에 자리잡아 주변의 경관과 조화를 이룬 멋진 공간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비토리오 그레고티와 포르투갈 건축가 마뉴엘 살가도의 설계로 지어졌다. (비토리오 그레고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2020년 어느 날 신문 기사로 보고 안타까웠다)


입구에 서 있는 장 뒤뷔페의 조형물을 시작으로 전시실 내의 설레이는 유명작품들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이웃한 옥상정원에서 조각과의 만남은 티없이 맑은 하늘이 그대로 내 마음에 들어온 훨훨 날아오르는 기분을 갖게 한다. 야자수 나무들과 어울린 옥상의 미술관에서 이웃한 수도원이 내려다보이고 이층 오픈카에 앉아 즐기며 지나가는 관광객과 마차를 타고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어울려 설레임을 준다.


몬드리안, 피카소, 마르셸 뒤샹, 모딜리아니,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만 레이, 조르지오 모란디, 잭슨 폴락,알렝 쟈케, 앤디 워홀, 알렉산더 칼더,모리스 루이스, 아니쉬 카푸어,장 고린 등의 명작을 앞에 대하니 가슴이 벅차 흥분이 된다. 멕시코 화가 루피노 타마요의 작품도 좋고, 벨기에 조각가 폴 버리의 작품도 처음 접하는데 마음을 잡아 끈다.


전시실의 또 다른 특색있는 공간이 있다. 그동안의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는 여유로운 공간의 한쪽에는 기다란 책상이 놓이고 영상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수 있는 방이다. 전시실에서 작품을 배경으로 촬영한 행위 예술 영상을 커피 한잔 마시며 즐기라는 배려다. 뒤로는 커피자판기가 놓여있다. 0.6유로로 행운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두대의 자판기 사이에 붙여놓은 엘리엇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I have measured out my life with coffee spoons"


명작들을 만난 감동과 엘리엇의 글귀를 새기며 호텔로 왔다. 편하고 행복한 휴식을 선물한 알티스 벨렘호텔도 벨렘문화센터를 설계한 마뉴엘 살가도가 속한 리스코건축설계사무소가 디자인하였다. 캐리어를 찾으며 택시 호출을 요청했다. 멋진 호텔이여 안녕!

산타 아폴로니아역. 오후 2시 포르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포르투 출발 기차는전광판에 1라인으로 나오고 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모두 2라인으로 옮겨간다. 옮겨서 보니 열차에 적힌 열차번호도 다르고, 직원은 보이지 않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맞다고 한다. 예약한 1호차 좌석위에 캐리어 싣고 미심쩍어 옆에 물어보니 아니라 한다. 놀라서 낑낑대며 캐리어 끌고 내려가 물으니 이 열차가 맞다하여 다시 올라탔다. 잘못된 안내로 짧은 시간 동안 허겁지겁 움직이고 나니 맥이 빠진다. 기차 예약할때도 애를 먹이더니 타는 순간까지 힘들게 한다. 오늘이 푸르투갈의 날이라고 평소에 운영하던 시간이 빠져 있어 오후 두시로 변경해 예약한데다 예약도 4.12일에야 열렸다. 보통은 2개월 이전에 예약 가능하다. 프로모션 1등석 혜택도 오전시간은 없고 다른 시간도 요금표시 없이 열렸었다. 쉬는 날이라고 일 처리도 제대로 안한건지... 14:20분 오리엔테역을 지났다. 혼돈스러운 시간에 가는 도중 별 느낌이 없다. 속도는 무척 빠른데 덜컹거림이 심해 멀미가 날 듯 했다.


16:56분 Porto Campanha역. 전광판을 보고 상벤투역 열차 타는 곳으로 올라갔다. 한참 후 이상하다 싶어 다시 내려가 전광판보니 시간과 다른 플랫폼이 나와있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여 상벤투역에 도착했다. 아줄레주로 멋지게 장식되어 있는 기차역을 보면서 아무 느낌도 나지 않는다. 여행 전 신문과 책에서 보면서 기대했는데 아무 느낌이 없다. 사람들만 많아 혼잡스럽고 지저분하고 포르투의 첫인상이 별로였다. 보도는 역시 울퉁불퉁 캐리어 끌기도 힘이 든다. 다행히 예약한 숙소가 역에서 가까워 큰 고생없이 바로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포르투도 도시세를 1박에 4유로씩 내야 한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구시가의 건물이라 계단을 낑낑대며 캐리어 끌고 올라와 보니 방도 별로다.


포르투 교통카드 안단테 카드를 사기 위해 상벤투역으로 갔다. 근처 관광안내소 찾다가 문을 닫은 것 같아 시간이 없어 예약해 놓은 파두 공연장으로 갔다.


19시 지하와인저장고에서 두사람의 기타 연주에 맞춰 검은 옷을 입은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한국인 몇몇이 눈에 들어온다. 별로 잘 부르는 가수는 아닌 듯 싶다. 유튜브에서 듣던 파두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관광객을 위한 공연장인 듯. 별 감흥이 없었다. 

바람에 찌린내가 실리고, 사람들은 관광지처럼 넘쳐나고, 이틀 밤을 보내야 할 방은 마음에 들지 않고 아, 피곤하구나...아, 떠나온 나의 그리운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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