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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네빈 알라닥 <Motion Lines>에서 묵음의 소리를 보다.

by 오늘도좋다 2022. 6. 20.

소리가 보인다. 낯설은 악기들 사이로 악보가 보인다. 음표는 아니지만 오선지 위에는 분명히 소리가 숨겨져 있다. 악기들 주변이 가볍게 떨리며 묵음의 소리들이 보인다. 네빈 알라닥의 <모션 라인, Motion Lines>이다

안내대에서 집어든 설명서에 따르면 악보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A장조로 알려진 터키 행진곡의 마지막 악장이며 음표는 바젤 역사 박물관에 소장된 19세기 포탄들을 94개의 녹슨 철로 캐스팅한 설치물이라 한다.

서사에 서사를 더하면 소리는 더 분명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지로 소리를 쥐어짜려는 네빈 알라딕의 생각이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경쾌하게 울리는 터키행진곡의 잔향을 느끼며 전시장을 둘러본다.

 

네빈 알라닥(Nevin Aladağ Germany, 1972) <Motion Lines>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2022525()부터 724()까지 열린다. 네빈 알라닥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알라닥은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션(동작)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진행 상태를, 라인은 어떤 한계를 정의하면서 새로운 패턴과 장소를 만든다. 모션 라인은 음악, 형태, 움직임이 모두 결합된 생생한 이미지를 묘사하는 것”

 

<Resonator, 2018>, <Resonator Strings, 2019>, <Resonator Percussion, 2019>가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만돌린, 어쿠스틱과 베이스 기타, 디저리두, 만돌린, 차임 그리고 하프, 첼로, 치터(zither)의 현 또한 작은 종들과 북과 같은 울림통들로 구성되어 소리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온갖 소리를 연상시키는 형상들이 소리를 강요할수록 음악은 힘겨워지고 사라진다.

202264()에는 네빈 알라닥의 악기 조각을 직접 연주하는 사운드 퍼포먼스 <When Sound Draws the Abstract Space>가 열렸다. 국악 연주자 황진아(거문고), 김해나(전통 타악기)가 참여했다. 재미난 퍼포먼스. 72()에도 1차례 더 열린다고 한다.

3채널 영상은 <흔적 Traces, 2015> 바이올린과 템버린 그리고 회전그네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세션 Session, 2013>은 황량한 모래사막을 배경으로 나무아래 우두커니 놓인 쓸쓸한 북이 바람을 따라 떠는 나뭇가지에 의해 힘겹게 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2층 전시장은 터키와 이슬람의 전통문양이 춤을 추는 형태로 결합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움직임은 곧 소리가 되어 보일지도 모른다. 색과 문양이 변화하여 소리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팽팽하게 당겨진 현의 긴장 속에서 퉁겨져 나오는 날카로운 음을 너무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감상일은 20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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