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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에는 <푸른 강>이 흐르고

by 오늘도좋다 2022. 6. 17.

<푸른 강>이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흐르고 있었다. 인도의 푸른 유리 벽돌이 감탄을 난반사하며 거친 호흡을 명상처럼 뿜어내고 하늘에는 유리구슬 매듭이 별처럼 빛나 다시 푸른 강물에 부딪혀 끝없는 윤회의 업을 맺는다.

여럿이 모여 하나의 생각을 만들어낸다. 아름답다는 의미를 향한 오토니엘의 열정을 담은 7000여개의 유리벽돌 하나 하나에서 아름다움의 에너지가 흘러넘쳐 어두운 전시장을 압도하며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알려진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다. 오토니엘의 최근 10여 년 동안의 회화, 조각, 설치작품 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을 넘어 덕수궁에까지 오토니엘의 미의 정원이 우리를 유혹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나무에는 <황금 목걸이>가 걸려있고 미술관 입구에 서있는 은색 조각이 우리를 부른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현대적 디자인 의자 형태의 구슬 조형물이 압도적인 자세로 오토니엘 ‘유리 구슬 조각’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인다.

전시는 <루브르의 장미>와 <자두꽃> 회화 연작으로 시작된다. 파란색 유리벽돌 7,000여 개로 창조된 <푸른 강> 위로 유리구슬 조형물 14점이 설치되어 <푸른 강>과 어울려 풍경을 만들어내고, 벽면<프레셔스 스톤월>들도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며 호응하고 있다.

만남과 공유의 의미를 담은 <아고라>와 직관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표현한 <오라클>로 전시후반을 장식한다.

덕수궁으로 건너가면 연못 위에 〈황금 연꽃>이 때맞춰 피어난 노랑어리연꽃과 어울려 마법처럼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나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던 오토니엘의 세계가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과 조용히 조응하며 유리구슬의 매듭처럼 연결되어 빛난다. 진흙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혼탁한 현실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하나의 깨달음의 단서를 오토니엘은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작품 하나 하나도 중요하지만 작품들이 갖는 스케일도 중요하다. 국제갤러리에서 2020년 12월 17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열렸던 개인전 《NEW WORKS》에서 아쉬웠던 규모면의 제약을 이번 전시회에서 <푸른 강> 등의 대작이 그 갈증을 조금은 풀어준 것 같다. 이제 현대 미술은 작품 세계가 현실과 어떻게 만나느냐 하는 것도 미술의 한 과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랴. 그것은 이제 꼭 현실의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전시장소 : 덕수궁 정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야외조각공원
전시기간 : 2022. 6.16.~2022. 8. 7
나의 관람일은 2022. 6.16 전시 개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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