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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유영국의 추상, 산바람에 흔들리는 색채와 비정형적인 형태의 조화

by 오늘도좋다 2022. 6. 18.

“바라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 유영국 -

 

강렬한 색채가 전시장을 채운다.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러나, 점과 선, 면의 형체에 따라 색채 또한 변한다. 내 안에 있지만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마음이며 일정한 긴장 속에 색채도 형태도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반사되며 추상이 된다. 그것이 자연에서 왔든 아니면 마음에서 왔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추상이 회화적 아름다움에 다다르는 것이 미술의 진수가 아닐런지

 

국제갤러리는 202269일부터 821일까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Colors of Yoo Youngkuk>을 국제갤러리 K1, K2, K3 전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기별 대표 회화작품 68점과 드로잉 21, 그리고 1942년 사진 작품 및 작가의 활동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을 선보인다.

비평가들은 유영국을 산과 자연을 모티브로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구도로 절제된 조형 미학을 탐구해 온 한국의 대표적 추상작가라고들 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쉽게 유영국이 삼각의 산모양의 형태를 변형시키며 색채의 조화를 실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라는 제목을 흔히 만나게도 된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이 산은 바라볼 때마다 그려낼 때마다 변하는 것이었다. 산은 울진 산소년의 소박한 마음에서 추상 화가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변하며 그만의 색체와 형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K2 전시장 입구에 <Work, 1967> 작품이 벽면의 <Colors of Yoo Youngkuk> 전시명과 어울려 극적인 연출을 해내고 있었다. 붉은 색상과 파란 색상이 조화를 이루며 떠오르는 둥근 태양과 삼각 모양의 뾰족한 산들이 아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제목이 붙여지지 않은 것은 자연에서 왔지만 자신의 추상작업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한 번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둥글고 때로는 날카롭고 어디서는 강하고 어디서는 부드럽고 대조하고 어울리고 연결되고 끊어지는 수많은 생각의 조탁과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작가 스스로의 자기 비평을 통해 자신만의 색채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리라.

쉽지 않은 초록의 색채가 유영국의 작품에서는 자연스레 녹아날 수 있는 것도 그가 산의 작가로 초록의 색채에 친숙한 때문이리라. 산에서 시작했지만 자신의 추상의 세계로 끊임없이 나가고자 했던 흔적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 본다.

몬드리안의 추상 세계는 정형적인 도형과 순수한 색채의 균형이라면 유영국의 세계는 자연처럼 비정형적 선과 면을 바탕으로 진동하는 색채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관람일은 20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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