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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MMCA 한국 채색화 <생의 찬미>…소망과 정성이 담긴 민화의 세계

by 오늘도좋다 2022. 6. 22.

민화에는 소망이 담겨있다. 간절한 소망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정성 속에 소박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어찌 보면 유치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삶에서 배어나는 간절함이 미학으로 드러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한국의 전통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202261일부터 925까지 열리고 있다.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80여 점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는 처용을 주제로 한 존 스턴 감독의 영상 승화로 시작된다. 마귀를 쫓는 의식으로 처용이 사방의 벽면 영상에서 춤을 춘다. 관객은 중앙에서 또 하나의 처용이 되고 배경 화면과 음악으로 역신을 물리치는 의식의 의미가 고조되고 마치 세례를 받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전시는 이렇게 민화를 바라볼 마음을 준비시킨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구글이 만든 춤사위

이어 벽사의 장, 대표적 그림인 호랑이 그림들이 길을 열고 성파 대종사의 <수기맹호도>도 눈에 띈다. 그림이라기보다 부적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반 서민의 삶에 있어 복보다 액운을 물리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였는지도 모르겠다

한애규의 <기둥들>이라는 기둥모양으로 양쪽으로 여인상을 지나가면 십장생과 화조도의 민화 세계가 펼쳐진다. 부귀, 영화, 장수를 상징하는 꽃과 새와 십장생의 그림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현대 민화작가의 작품들도 눈에 띈다.

<반구대 소견>은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박대성의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회화 반구대 암각화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새겨져 있는데 작가는 탁본을 하듯 수묵을 사용한 실경산수화로 재현해 내고 있다. 주변에 오방색으로 그려진 화문을 함께 배치하여 민속화의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한편, 작품 위쪽의 상형 문자들이 상고시대 선조들의 삶의 서정을 시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중앙홀에는 오방색 주제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색상인 황(), (), (), (), ()5가지 색으로 음양오행의 생각을 담고 있다. 오방색은 단청, 고구려의 고분벽화나 조각보 등의 공예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현대의 작가들이 나름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어쩐지 강렬함이 덜한 듯하다.

다음으로 접하게 되는 것은 문자도와 서가도이다. 창작민화가 보여주는 서가도는 현대 우리 삶을 민화에 녹여내려는 작가들의 의지가 보인다.

이우환의 <관계항>과 이응노의 <구성 > 등은 대가의 작품과 민화와의 관계를 엿보게 한다. 한눈에도 민화풍의 수법을 느끼게 한다.

1939, 문성과 병문이라는 두 화승이 그린 흥천사 감로왕도도 특이하다. 보통의 불화와는 다르게 감로왕도의 도상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화면에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치 일제강점기의 생활상을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산수화 몇 점이 전시홀을 메우고 있다. 이종상 근원형상 89-2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통해 수집된 작품이라 한다. 이종상은 태초의 땅의 형상에 전통적인 배산임수의 개념을 결합해 한민족이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던 시원의 형상을 담아내려고 동판 위에 안료를 얹고 불에 구워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의 관람일은 622. 관람표는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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