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 슈타이얼의 <깨진 창문들의 도시>는 전시장 복도 양 끝에 두 개의 영상물을 설치하고 복도의 벽면을 돌아가며 글귀가 적혀 있다. 그려진 짙은 회색의 유리창과 유리 창틀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위와 벽면에 글씨가 철학적 함의를 가득 담고서 우리에게 생각을 강요한다. 그려진 짙은 회색의 유리창은 영상 속에서 마주친 '그려진 바로 그 유리창'이다.
글귀를 따라가면
“깨지지 않은 창문들의 도시에서는 그 어떤 창문도 깨지도록 허용되지 않는다. 창문이 하나라도 깨진다면 도시의 몰락이 예견 될 것이다. 경찰 기동대가 거대한 목마, 헬리콥터, 마이크를 가지고 도시의 모든 창문을 경계 중이다. 도시에 맹렬한 침묵이 맴돈다. 창문이 하나라도 깨진다면 비밀 의식을 치르기 위해 화가를 불러들인다. 그는 깨진 창문들을 대체하고자 창문을 그릴 것이다."
"깨진 창문들의 도시는 황금빛을 띠며 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빛난다. 이 도시에서는 모든 창문이 깨져야 하고, 깨진 파편은 햇빛 속에서 기쁨에 찬 듯 반짝인다. 이 곳은 첨단의 도시다. 사람들은 날마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쉬지도 않고 창문을 깨부수고 있다. 유리창이 깨지면, 충격의 여파가 사회의 단층선으로 변한다. 도시는 이와 같은 균열로 이뤄져 있다. 도시의 권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균열이 생성된다.”
복도 양끝 두 영상은 ‘깨진 창문들’과 ‘깨지지 않은 창문들’이라는 제목으로 상반된 이야기를 한다.
먼저, ‘깨진 창문들’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알고리즘이 보안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런던의 비행기 격납고에서 오디오 분석 기술자들이 창문 깨는 소리를 녹음해 수많은 소리의 견본을 만들고 소리의 코드를 모델링해 AI가 학습하게 한다는 것인데 목적은 침입의 소리, 즉 유리창 깨는 소리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다.
반대편 ‘깨지지 않은 창문들’은 ‘깨진 창문 이론’이라는 조지 L. 켈링의 범죄 심리학 이론과 관련되어 있다. 창문이 깨진 상태로 방치되면, 깨진 창문을 중심으로 다른 창문들까지 깨질 수 있고 그로 인해 결국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영상물에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캠던에서 나무 패널에 창문 모양을 그려 넣어 깨진 창문의 이미지를 가림으로써 범죄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사회단체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창문 모양의 이미지들이 긴 벽 위에 평면 패널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개념 미술가 제니홀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히토 슈타이얼은 보다 철학적이며 회화적이다. 단순한 경구가 아닌 이야기들이 미술이 되어 펼쳐 있다. 과연 이것이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들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유리창이 깨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하여는 깨어야만 하는 것이다.
유리 조각은 이러한 종류의 언어로 선구자들 위에 떨어진다.
우리가 바로 기술이다. 우리는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낼 것이다.
MMCA 서울관 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전시 중
<깨진 창문들의 도시>
나의 관람일은 2022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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