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과도 같은 형상과 원색의 초현실적 시공간이 바르셀로나에 바쳐졌다. 몬주익 언덕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 보는 그곳은 호안미로미술관이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전이 2022년 4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바르셀로나 호안미로 미술관에서 가져온 7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의 독창적 화풍으로 인정받고 있는 호안 미로의 국내 전시를 바라보며 3년 전에 방문했던 바르셀로나의 호안미로 미술관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호안 미로 (1893~1983)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조각가, 도예가이다. 호안미로는 초현실적 실체를 바탕으로 추상으로 나아간다. 색체는 원색적이며 실험적이다. 조금은 거북하지만 원초적이면서 외계의 생명과도 맞닿아 있을 법한 회화에서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어쩌면 동심과도 같은 미학을 보여 준다
호안 미로 미술관으로 가는 6월의 몬주익 숲길은 바르셀로나의 복잡한 시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협죽도 꽃이 활짝 피어 반기고, 따가운 한낮의 햇살에서도 가로수의 짙푸른 녹색 잎들이 시원함을 준다. 순수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호안 미로 미술관은 호안 미로의 회화 217점, 조각 178점, 직물 9점, 도자기 4점, 소묘 8,000점, 판화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 예술가 자신이 기증하였다. 막스 에른스트, 마르셸 뒤샹, 안토니 타피에스 등 호안 미로에게 헌정한 영구작품 컬렉션과 호안 미로 수상자 작품 등도 소장하고 있다.
호안 미로 미술관 건물(Fundacio Joan Miro)은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Joseo Liuis Sert가 설계하여 1975년에 공개되었다. Joseo Liuis Sert는 호안 미로의 절친한 친구이자 카탈루니아 전위 건축의 대표였다. 호안 미로 미술관은 합리주의적 구조와 지중해적 특징인 중앙 안뜰과 옥상 테라스, 채광창을 갖추어 바르셀로나 도시 풍경과 융합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1988년과 2000년에 전시 공간을 늘리기 위한 건물 확장은 Sert의 친구이자 제자인 Jaume Freixa가 감독했다고 한다.
입구 오른쪽에서 <Personage, 1970>라는 화성인과 같은 동상이 우리를 맞는다. 출입문에는 ‘CEAC’라는 글귀(현대예술연구센터라는 의미)가 이채로운 색감과 글씨체로 호안 미로의 세계를 밝혀주고 있다. 백색의 밝은 건물이 내리쪼이는 햇살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미술관에 들어섰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했다. 호안 미로가 즐겨 쓰는 원색의 빨강과 노랑, 초록 등의 색상별로 꾸며진 물품 보관함에 가방을 보관했다.
가운데 중정이 있고 둘레로 전시실이 있다. 중정의 잔디밭에 놓인 의자 <Seated Woman and Child>라는 천진난만한 느낌의 그림과 조각은 개념 미술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첫번째 전시실에는 호안 미로의 페인팅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다.
<Woman encircled by a flight of birds in the night, 28 May 1968> 타포린에 아크릴. 아이들이나 원시인이 낙서를 해놓은 듯한 느낌이지만 절제된 문양이 호안 미로 특유의 미학을 드러낸다.
<푸른빛의 금 The gold of the azure, 4 December 1967, 205*173cm>은 노란 바탕에서 엉성한 푸른 빛이 친근하게 다가선다.
<Burnt canvas 4, 31 December 1973>가 특히 눈길을 끈다.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그려진 그림을 찢어내고 태운 캔버스가 상상력을 자극하여 관람객의 생각으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완성해 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술관의 핵심은 바르셀로나가 바라보이는 야외 전시실이다. 조형물 너머로 산이 이어지고 푸르른 하늘이 배경이 되는 야외 공간이 전시실이다. 수조 앞으로 비치의자가 놓이고, 위로는 커다란 천막이 햇빛을 가리고 있다. 의자에 편히 앉아 마치 해변가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밤에는 불도 켜지는 듯 전구가 이어져 달려있다.
<해, 달, 그리고 별, 1968, Bronze and Painted Cement 364*104*97cm> 조형물은 바르셀로나에 바쳐진 기념물에 대한 연구이다. 물이 담긴 수조에 약 30m 높이의 <해, 달, 그리고 별> 조각이 바르셀로나의 도시를 배경으로 서 있다. 별과 달 그리고 해를 통한 우주의 표현이 왕관을 쓴 여인 형상의 조형물로 표현이 되어 있다.
자연과 도시와 예술이 하나가 되어 잠시 시간의 움직임을 멈추고 쉬고 있다. 미술과 건축의 예술가가 힘을 합쳐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이 시간과 공간을 헌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도 그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Tapestry of the Fundacio, 1979 황마 대마 면 양모 750*500cm>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호안 미로의 특징이 잘 드러난 거대한 크기의 태피스트리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검정색 실로 짜여져 있다. 어떤 새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아이들 꿈에서나 나올 법한 형상과 색상이 천진함의 시간으로 우리를 잡아 끈다.
중앙은 통으로 뚫리고 벽 쪽으로는 오르막으로 이층이 연결된다. 아래에서 2층의 벽에 걸린 전시물도 볼 수 있고, 이층의 난간에서 1층의 조각들을 감상할 수도 있는 방이 있다.
내가 방문한 날 호안 미로 미술관 기획전(2019.6.7~2019.10.6)이 열리고 있었다. 가우디의 건축예술에 감동하고 가우디를 존경하던 호안 미로가 가우디를 기리기 위해 제작한 가우디 시리즈 판화와 조아킴 오미스가 촬영한 가우디의 건축물과 대화를 나누는 미로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우디의 건축 모형시리즈 작품도 보인다. 동화적인 것 같으면서도 엽기적인 느낌이 나는 작품들도 있다.
옥상에도 원색의 조금은 기괴한 형상의 조각들이 바르셀로나 시내를 배경으로 전시되어 있다. <새의 애무, The caress of a bird, 1967, Painted bronze, 311 x 110 x 48 cm> 삼원색과 초록색이 현실에 찌든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이 느껴지지만 동심과 같은 순수한 세계에서는 어쩜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나의 관람일은 2019년 6월 29일
바르셀로나카드로 무료 입장 (관람요금 13유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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