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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세랄베스 현대미술관…자연의 초록빛을 백색의 미술관 안으로 들이다

by 오늘도좋다 2022. 7. 11.

포르투의 세랄베스현대미술관은 알바로 시자의 건축세계를 잘  보여주는 미술관이다. 새하얀 백색의 미술관이 초록빛 정원 사이에 명상을 하듯 자리잡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에도 사이사이 난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과 어우러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속의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편한 느낌을 준다.

건축가 알바로 시자는 건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술관 건축물은 두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공간 안으로 정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건축물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U"자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했다. 인근이 숲지역이라 여기에 열린 파티오를 두고 건물 내부로 풍경을 이끌어 들이도록 창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래서 미술관 안으로 풍경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세랄베스현대미술관은 2개의 전시관이 기존의 빌라와 정원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공원과 어울리도록 설계되어 미술전시외에 미술관 자체로써의 현대적 미학을 말해준다. 

 

이 곳 전시관 정원에는 한국 양혜규의 <6겹의 불투명한 바람 공원>이라는 조각이 설치되어 있는데 알바로 시자와 같이 작품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건축가와 미술가의 차이랄까? 건축가는 전통적으로 건축주에게 건축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그의 의무이지만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뿐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비평가나 독자의 몫인 것이다.

내가 방문한 2019년 6월 11일에는 미술전시관에서는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와 수잔 힐러(Susan Hiller)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전시가 세랄베스의 집에서는 안토니문 타다스(Antoni Muntadas)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 게이트에 들어서면 이어지는 지붕이 있는 통로가 관람객을 안내한다. 왼쪽으로 공원을 바라보며 좁은 통로를 지나면 안뜰에는 목련 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왼쪽에는 강당 그리고 전시관에 들어서게 된다.

문으로 들어서면 건축물 내부의 광장과 같은 공간인 아트리움이 관람객을 맞는다. 아트리움 중앙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자리잡고 있다. 삽입형 여성 생리용품 탐폰으로 만든 샹들리에로 조안나 바스콘셀로스의 <신부>라는 작품이다. 언뜻 반짝이는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처럼 보인다.

조안나 바스콘셀로스는 포르투갈 미술가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리스본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로 타일, 직물, 주방용품, 가전제품같은 일상용품을 이용해 이민문제나 성폭력같은 사회 정치적 이슈를 충격적이면서 풍자적 이미지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일상의 오브제를 차용해 해체, 재조합하여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대형작품을 선보이는 여성 작가이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이용해 거대한 사이즈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뱅글 뱅글 돌아가는 회전기구 작품 <미팅 포인트>가 전시되어 있는데 직접 앉아서 타 볼수도 있다. 미술전시가 조금은 권위적이라는 기존의 관념에 비추어 충격적이며 미술전시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예쁜 꼬마애들이 놀이터같은 미술관에서 작품들과 같이 호흡하며 친숙해지고 있었다. 교육의 도시 포르투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술관에서 자유로운 관람을 하는 유치원생들이 부럽게 보인다. 작품들은 탈 수도 있고 올라가 볼 수도 있고  한쪽에서는 바닥에 앉아 편한 자세로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품들은 곳곳에서 실내에서 보이는 바깥 정원과 어울려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하나의 창문에서는 양혜규의 <여섯 구역의 불투명한 바람공원>의 설치물이 건너다 보인다. 자연의 풍경을 빌려와 실내와 정원이 하나가 되어 버린 공간에 아이들은 잔디에서 처럼 앉거나 눕거나 편안한 자세로 미술을 감상하는지 노는지 쉬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나는 당신의 얼굴이 되겠습니다> 400개가 넘는 타원형 청동 장식거울을 물고기의 비늘처럼 겹쳐 베네치아 가면처럼 만들었다. 어느곳에 서도 여러 거울에 모습이 한꺼번에 비춰진다. 각자가 쓰고있는 페르소나(가면을 쓴 인격)를 벗고 거울에 비친 진실만을 보여주는 자신의 내면 즉 무의식을 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의미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콜센터>는 같은 모델의 검정 아날로그 전화기 168대를 모아 하나의 거대한 리볼버 권총으로 만들었다. 대중과의 의사소통에서 생길 수 있는 얼굴없는 폭력을 의미한다. 콜센터의 특성상 작업 환경과 대우가 개인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폭력이 되고 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음악가 조나스 루나가 전화 벨소리만 사용해 작곡한 전자 음향은 더욱 위협적이고 강렬한 메세지로 전달된다. 전화기를 직접 귀에 대고 들어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관람객의 참여가 허용된다.

<에게리아>는 수작업한 면크로쉐와 천, 자식, LED전등, 팽창기,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원공급장치, 강철케이블을 이용한 대형작품이다. 에게리아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물의 님프로 성장력 좋은 물의 수초를 의미하기도 한다.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여성들이 점령한 뮤지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레드 인디펜트 하트>는 플라스틱 수저세트와 색칠한 강철, 금속체인과 모터를 이용한 작품이다.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바구니에 든 불이 켜졌다 꺼졌다하는 깜박이는 지구의에 다가설수도 있다.

노랑과 빨강, 초록색 보쉬다리미를 연결하여 만든 작품 <모든것이 잘 될것이다>가 비행기 되어 날아가고 알약으로 장식된 <발륨 침대>와 <아스피린 의자>가 불안장애를 조절하고 해열을 도와준다.

SUSAN HILLER의 참여형 작품도 흥미롭다. 몇 개의 코드를 선택하여 누르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벽면에는 가득 노래 가사들이 적혀 있는데 바로 옆에 적혀 있는 노래는 'Din tanke er fri'(당신의 마음은 자유롭습니다)이다.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더듬더듬 설명을 따라 노래 한곡을 신청해 본다.

Joan Jonas < Stream or River, Flight or Pattern > 은 새그림과 천장의 비행기 모형이 함께 하는 어두운 공간에서 비디오가 흐르는 작품이다. 작년 테이트 모던에서 본 기억이 난다. 

전시실에서 나와 새소리와 함께 정원을 걸었다. 클래스 올덴버그와 부인 쿠세 판 브뤼헌이 협업으로 만든 <Piantoir>를 만났다. 거대한 빨간 모종삽에서 내가 대인국 속에 들어선 꼬맹이로 느껴진다. 우거진 나무 숲길을 걸으며 어울리는 조형물을 만나고 새소리와 함께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상큼한 햇볕이 지상의 낙원같다.

숲길따라 계속 걷다보면 조안나 바르콘셀로스의 <Solitaire>와 만나게 된다. 주변의 키큰 나무 보다 훨씬 큰 반지다. 현대 여성과 남성의 갈망을 다이아몬드반지와 럭셔리 자동차의 휠로 형상화한 거대한 금속 약혼반지다.

정원 깊숙이에 20세기초 모더니즘 양식의 연분홍빛 빌라가 있다. 카사 드 세랄베스 (Casa de Serraives). 카브랄 가문의 여름별장으로 20세기 초 별장 주변을 사들여 아르데코 스타일로 핑크색 빌라를 짓고 정원을 조성한 곳이다. 

빌라의 창문으로 푸르른 정원이 가득 들어온다. 파랑 카펫의 중앙에 12개의 금빛 별이 둥글게 장식되어 있다. 햇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조용한 공간이다.


빌라 앞에는 <Nectar> 빈 와인병을 이용해 거인을 만들어 양 옆으로 설치해놓았다. 연분홍 빌라와 초록빛 와인병 사람이 잘 어울린다. 

빌라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원은 중앙으로 흐르는 수조가 이어지고 양옆 대칭으로 잔디와 나무밭에 조형물이 있다.

조안나 바스콘셀로스의 스테인레스 냄비를 높이 쌓아 하이힐 형상으로 만든 대작 <마릴린>이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한껏 내리쪼이는 햇살에 옥색의 흐르는 물이 시원함을 준다.

오른쪽으로는 역시 거대한 투각의 철재 찻주전자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 앉아볼 수도 있다. 파란 하늘과 주병의 풍경이 사이로 보이는 섬세한 설치작품이다. 

나의 관람일은 2019년 6월11일. 입장료는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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