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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맛을 우려내다

기쁜 우리 좋은 날----시루팥떡 케이크

by 오늘도좋다 2022. 1. 12.

남편 생일날에 만든 시루팥떡 케이크
보통은 두겹으로 만드는데 오늘은 한겹으로 만들었더니 마치 쵸코 케익 먹는 기분이란다. 맛까지도.

달달한 케이크보다 집에서 시루에 쪄내는 팥떡이 훨씬 우리의 입맛에 맞다. 방앗간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로만 만들어 하룻밤 지나 먹는 팥떡은 김 모락모락 나는 팥떡만큼 맛이 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떡의 식감에 산머루청의 단맛과 은은하게 어울려 여운으로 흐른다.

톡톡 씹히는 이팥 알갱이가 입안에 퍼지며 생기를 더하고 색감도 그러하고 맛도 그러하다.

Happy Birthday to you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Op.73 '황제' 중
2악장 Adagio un Poco mosso(느리지만 조금 움직이듯)
3악장 Rondo : Allegro ma non troppo(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작곡했듯이 나만의 레시피 시루팥떡을 바친다.
길고 유장하게 울리는 삶의 이야기를 바친다.

팥을 골라 내는 것도 이렇게 하면 작품이 된다. 그래서 의미가 더해지고 이야기는 맛으로 배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이고 삶 속에 담겨있는 예술이며 정성이다.

 

정성으로 만드는 나의 레시피

벌레 먹은 팥은 골라내고 씻은 후 이팥에 물을 부어 끓인다.
첫물은 따라 버리고 넉넉하게 물을 부어 이팥을 삶는다.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천천히 약불에서 끓이다가 이팥알이 부드러워지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찹쌀가루에 산머루청을 넣어 골고루 섞은 후 체에 내린다.
이팥에 소금과 산머루청 넣어 간을 맞춘다.

찜기의 7부가 되도록 물을 담고 그 위에 시루를 놓는다.
시루와 찜기 사이에 시룻번을 꼼꼼이 붙여 김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한다.
* 시룻번 : 시루와 찜기 사이로 김이 새지 않도록 붙이는 밀가루반죽
밀가루에 물을 부어 되직하게 반죽하여 길게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 시루에 붙여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대나무로 엮은 발을 깔고 고물을 안친다.
먼저 삶아놓은 팥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쌀가루를 얹은 후 다시 팥을 올린다.
위에 면보를 얹고 10여분 가열한다.

스텐 젓가락으로 떡을 찔러보아 가루가 묻어 나오지 않으면
불을 줄여 계속 익혀주다가 약불에서 10여분 뜸을 들인다.

시룻번을 떼내고 큰 접시를 대고 시루를 뒤집어 떡을 분리해낸다.
다시 접시를 대고 뒤집어 윗면이 위로 가게 한다.


*쌀가루는 찬물에 쌀을 대여섯시간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소금 넣어 방앗간에서 빻아다가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이용하면 된다.

보관해둔 쌀가루 양이 적어 오늘은 한겹으로 떡을 만들었는데 보통은 위에 한겹 더 쌓아 같은 방법으로 익혀내면 맛있는 떡이 된다.


내 시루와 함께 한 시간도 어언 15여년이 다 되어간다. 한국화 배우던 꽃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배우던 나이 지긋하신 솜씨좋은 마나님이 매주 거피낸 녹두로 녹두떡을 해 오셨다. 요즘 세상에 집에서 떡도 하나 싶어 물었더니 집에서 시루에 쪄 내면 된다고 쉽다 하셨다.

현대백화점에서 우연히 작은 시루를 보고 마음에 들어 구입해 떡을 만들어 보니 신기하게 맛있는 떡이 되었다.
그 시절 인연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 나에게 잘 해 주셨던 모범적인 의사할머니는 어찌 지내시는지 가끔씩 생각이 난다.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훌륭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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