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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꽃으로 만나는 알렉스 카츠

by 오늘도좋다 2022. 1. 21.

알렉스 카츠 <Flowers>, 타데우스 로팍 서울

서울포트힐빌딩 2층 타데우스 로팍갤러리에서 2021.12.9 ~ 2022.2.5
알렉스 카츠 <Flowers> 전시가 있다. 전시 소개 링크

‘꽃은 실제로 그리기 가장 어려운 형태를 지녔다. 왜냐하면 꽃의 물질성과 표면, 색상, 그리고 공간적 측면을 모두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꽃 회화를 마주한 사람들이 마치 실제 꽃을 보는 듯한 그 찬란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알렉스 카츠


2022.1.8. 토요일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를 찾았다. 계단을 올라서니 화사한꽃 그림이 유리문을 통해 비춘다. 예쁘다. 갤러리 안 관람객들이 몇몇 있어 빨리 올 걸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 자유로운 감상을 했다. 단순화시키고 과감한 생략과 빠른 붓터치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며 동양화의 느낌도 난다. 여류화가일것 같았는데 남자작가다.

포트힐 타데우스 로팍을 봄이 피어 있는 갤러리로

알렉스 카츠의 ‘Flowers’는 포트힐 타데우스 로팍을 봄이 피어 있는 갤러리로 바꾸어 놓았다. 야생화, 붓꽃, 진달래, 금잔화, 모란꽃 그리고 밀짚모자를 쓴 여인이 초록 잎 사이의 눈부신 햇볕을 받으며 서있다. 진하고 붉은 윗입술과 연분홍의 아랫입술이 개성을 드러낸다.

붓꽃의 붓터치가 마치 동양화 같다. 난을 치듯 힘차게 뻗어 오른 초록의 잎. 그 사이를 헤집고 피어난 노란 꽃이 단순하다. 단순하기에 더 드러난다. 큰 붓으로 한번에 그린 것일까? 카츠는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음 획을 더하는 ‘웻 온 웻(wet-on-wet)’ 기법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작업한다고 한다.

봄꽃들이 펼치는 색과 형체의 향연

추상에 이르지 못한 구상. 추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추상으로 가기에는 꽃이 너무도 아름답고 그 빛이 곱다. 그러나, 꽃들이나 풀잎들은 어딘지 모르게 야생보다는 정물화와 같이 정돈된 느낌을 준다.

야생화1, 2020 바람에 날리는 듯 흔들거리는 야생화 꽃들이 휙휙 그은 듯한 생동감 있는 줄기를 타고 사이사이 날리는 초록 이파리와 어울려 움직이고 있다. 나에게도 꽃바람이 불어온다.

노란 미나리아재비꽃 단순화된 꽃으로 피어나 파랑 공간 속에서 점으로 찍힌 잎들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금잔화, 2001 풀밭에 뿌려진 듯 연두빛 바탕 위로 주황빛 노랑꽃으로 피어난 금잔화 꽃들 사이로 진녹색 꽃받침과 잎이 그려져 화사한 꽃의 움직임이 전해져온다.

아이리스 분홍바탕에 그려진 노랑 아이리스는 햇살 속에 피어나 미소짓는 것 같고
주황색 바탕 위의 진달래, 2020는더욱 단순화되고 간결한 선으로 색상이 대비되어 한낮의 따가운 봄햇살 속에서 피어난 것 같다.

초록 바탕의 붉은 모란꽃, 2020 한송이도 절제된 선으로 마치 모란꽃밭 속에 들어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노란붓꽃, 2011 까망 바탕 위에 그려진 세송이의 노랑꽃과 잘린 꽃, 네개의 연두빛 줄기와 잎으로도 색상이 대비되어 꽃이 살아난다. 밤에 핀 노란붓꽃이랄까.

아이리스, 2011 하얀 바탕에 그려진 보라색 아이리스도 역시 절제된 꽃으로 피어났다.
민트색 바탕위의 진달래, 2020 민트색 바탕위에 세송이의 진달래꽃이 가득 차 있다. 싱그러움을 준다.

짚모자 속의 여인의 미술적 변신

두 여인이 있다. 같은 여인이다. 하나만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무엇있어 둘로 한 것인가? 대조와 조화 속에 조용한 변신이 작품에서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녹음을 뚫고 쏟아지는 햇빛의 강렬함 속에 항상 윗 입술은 진하고 아래 입술은 분홍이다. 밀짚 모자는 다른 모자인가 아니면 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인가? 어떤 작품은 얼굴의 일부분만을 그려내고 있는데 어찌 보면 앤 콜리어의 얼굴의 한 부분을 확대한 그림과도 맥이 통하는 듯.

밀짚모자1, 2021 과감한 생략이다. 한꼭 눈과 반쪽의 코와 입 잘린 밀짚모자 만으로 그려졌다.
밀짚모자2, 2021 과감하게 클로즈업되어 강렬한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밀짚모자와 모자를 벗은 같은 여인이 여름의 신록 속을 거닐다가 화면 밖을 응시하는 듯 하다. 작가를 보는 것일까?
케일리, 2021 초상화의 여인이 케일리인가 보다.

고흐와 마티스를 닮은 듯한 소품들

인상주의 작가들의 방식과도 많이 닮아있다. 꽃들은 마티스에게서 풍경들은 고흐의 느낌이 묻어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반복과 변화를 통해 이러한 색채와 형상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도록에서 보이는 정원에서 작가의 실험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야생화 연구작, 2019~2021 사이에 그려진 작은 소품들도 봄바람에 흔들거리는 듯 느낌이 살아 움직인다. 마티스의 빛깔과 형상을 가져온 듯하다. 하여 어딘지 모르게 꽃들에서 일본풍의 단순한 아름다움이 풍긴다. 그것이 우리가 왠지 동양화풍이라고 느끼는 원천은 아닐런지.

<다리에서 연구작> <길3 연구작> <초원3 연구작> <해변2>도 2021년 신작 소품으로 작지만 야생의 느낌이 살아 전달되어져 마음에 든다. 초원에는 고흐의 터치가 풀밭을 헤치고 바람으로 살아나 웅성인다.

Alex Katz는

Alex Katz (1927- ) 미국현대회화의 거장이다. 도록의 사진에서 본 스튜디오 Maine을 보니 자연의 맛이 느껴지는 천혜의 전원에 아담한 스튜디오가 정말 마음에 든다.

작품들은 모두 린넨에 오일로 그렸다. 보색 대비와 색상의 명도를 높인 단순화된 빠른 붓놀림이 생동감을 주고 있다. .확대와 과감하게 잘라낸 화면의 구성이 더해져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대회화의 추상적이고 난해한 그림을 보다가 모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둘러본 기분좋은 가벼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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