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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알리시아 크바데---현대 물리학을 미술로

by 오늘도좋다 2022. 1. 24.

쾨닉 갤러리와 페이스 갤러리를 연결해 서울서 첫 개인전이 열렸다. <SOMETIMES I PREFER TO SIT ON A CHAIR ON THE EARTH SURROUNDED BY UNIVERSES>를 통해 알리시아 크바데의 근작 30여점을 만나보았다.

시점과 묘사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는 현대물리학의 영감을 조형물을 통해 현실에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세계 인식을 구상하고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설명하려 한다.

작가는 페이스 갤러리 전시 소개 영상에서 말한다. 당신이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당신이 있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떠한 본질에 대한 설명도 실제로 무엇인지보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의해 달라진다.

Alicja Kwade Interview: Time, Space and Gravity / Louisiana Channel

돌덩이 열두 개가 만드는 시간의 공간

전시장 중앙에 돌덩이 12개가 원형으로 둘러져 있다. 돌덩어리는 금색, 흰색, 화강암, 청록 빛깔을 띤다. 인위적 조형인지 아니면 자연의 돌에 색을 칠한 것인지.

돌 사이에 양면 거울이 다양한 변화를 보여준다. 실제의 변화가 아니라 관찰자에게 보여주는 변화이다. 돌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주위를 따라 돌면 우리는 우주에서의 일어날 법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금색 돌이 연달아 놓인 것처럼 보이다가 흰 돌이 나타난다. 돌은 몇 개인가. 시간이 느껴지고 우주의 시간이 느껴진다. 영원으로 회귀하는 공간을 느끼게 한다.

부서진 벽의 파편, 현실과 우주를 연결한다

한쪽 벽에 부서져 내린 부서진 벽의 파편들이 우리를 현실로 이끈다. 우주의 시공을 압축해 온 공간에 현실이 부서져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설치 작업은 어느 정도의 구성을 작가가 구상하여 한정하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또한 설명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조형이 전체 전시에 던지는 무언의 의미가 예사롭지는 않은 것이다.

시계바늘의 세계, 카오스에서 상징까지

반대편에는 시곗바늘 연작이 두 개의 벽면에 서 있다. 내가 보기에는 시계 바늘로 구성된 천체도가 어지럽게 나름의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는 물방울을 수면에 떨어뜨렸을 때 나타나는 파동, 충격에너지, 간섭파 등을 반영했다고 한다.

어떤 작품에는 시계침의 배열 사이로 선이 이어지고 선 위에 요일과 시간 숫자 등과 함께 작가의 싸인이 숨어있다. 작가가 무엇인가 비밀리에 속삭이고 있는 것인가? 비밀스런 메시지를 찾아 유심히 들여다 본다.

카오스 형태의 작품에서 서서히 원형의 물결이 자리를 잡고 더욱 단순화되어 시계의 형태가 된다. 우리는 원형의 추상된 시간의 세계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반면 우리는 카오스의 오묘한 상상력을 잃게 된다.

무엇이 실재인가?

메인홀 입구에는 돌 3개와 2개의 양면 거울이 다양한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가운데 돌은 실제 돌이고 양쪽 돌은 청동 복제본이라 한다. 관객 시점에 따라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세계가 달라짐을 볼 수 있다.작품들은 이제 현대 미술이 회화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주 아니 세계가 단순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일까?.

고삐 풀린 저항, 그 몸짓을 보이다.

실내 속의 중정 같은 실외 공간에 설치된 또 다른 돌 소재 작품 'Hemmungsloser Widerstand'는 돌들이 유리판을 통과하며 이어져 있다. 돌을 두 부분으로 절단해 유리 양쪽에 접착했다고 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물체의 궤적을 드러내 보이려는 것인지. 하여튼 느낌이 있다. 현대 미술의 다양한 시도가 부여한 관람자의 자유로 평안한 가운데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강박이 한데 어우러져 동적 흐름을 더욱 극적인 형상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도록 한다.

돌을 매달은 모빌

아무렇지도 않은 소박한 안내대 옆에 여러 개의 돌로 만든 모빌 형태 작품도 걸렸다. 묵직한 돌들이 서로 만류인력의 힘으로 균형을 잡고 중력을 따라 수직의 진동을 하며 마음의 바람이 불면 우아하게 선율이 되어 움직일 것만 같다. 실제로는 돌 모양으로 만든 도자라고 한다.

다시 돌아와 보는 포박된 지구의 의자

다시 돌아와 전시장 입구에 있는 의자 모양의 설치 작업 ‘Siege du Monde’를 만난다. 전시장 메인 홀이 힐끗 드러나 보이는 옆에 의자가 지구라고도 생각되는 행성을 꽉 끌어안고 있다. 아니 포박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릴까? 그것이 우리의 자리인가. 한정적으로 정의된 세계에서 우리는 보다 자유로운 작품의 세계로 상상에 상상을 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위치에 갇혀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고 하니 나의 생각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동절기라 기대했던 옥상정원은 임시 폐쇄되어 올라갈 수 없었다.

알리시아 크바데는 폴란드 태생 독일 작가

1976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알리시아 크바데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현대미술가다. 베를린 주립미술관, 노이스 랑겐파운데이션, 보스턴 MIT 리스트 시각예술센터, 헬싱키 에스포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ALICJA KWADE
SOMETIMES I PREFER TO SIT ON A CHAIR ON THE EARTH
쾨닉 서울 청담동 MCM하우스 5층
2021.12.10 - 2022. 1.29(전시기간은 당초 1.22까지였는데 연장되었다)
2022. 1. 22 쾨닉 서울 갤러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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