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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국제갤러리 하종현-Conjuction 접합…단색의 시간을 인내하며

by 오늘도좋다 2022. 2. 17.

HA CHONG-HYUN
Feb 15. 2022 - Mar 13. 2022

관람일 : 2022. 2. 15

우연히 마주친 작가의 기자설명회…87세 노화가의 담담한 이야기

새로운 전시를 보러 들른 국제갤러리에서 하종현 개인전 기자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 쌓여 노화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해나가고 있었다. 단색화의 거장이라는 그의 나이는 87세다. 이번 전시된 작품 중 대부분이 2020년 2021년에 제작된 작품들이다.

갈대와 어울린 conjunction 접합을 보다

작품의 제목은 conjunction 접합이다. 한데 닿아 붙었다는 뜻이다. Conjunction은 접속이며 결합이다. 작품은 무엇인가 결합하고 있다는 것의 작가의 무언의 설명인 모양이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우연히 자연과 어울어진 접합을 만나게 되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자연스러운 접합을 보다.

K2관 야외에서 유리창으로 들여다 본 ‘Conjunction 21-38’. 청색의 대나무 마디 마디가 접합되어 그 각각의 진하고 옅음과 강약의 붓터치들이 조화를 이루고 그사이 사이로 흑색망사처럼 바닥이 희끗 희끗 들어나 보인다. 이것을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작품이 포스터로 쓰인 것은 작가의 뜻일까. 전시기획자의 뜻일까.

이 작품 위에 햇살은 갈대를 접합시켰다. 통제되지 않은 창발적 아름다움이 순간 순간 거역할 수 없는 감각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는 그것을 붙들어 둘 수가 없었다. 사진으로도 내 표현으로도.

어떻게 그린 것일까?…수법에서 작품을 이해한다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쉽게 작품을 해석할 수가 있다.

‘접합’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후 접합’은 나무 합판을 일정 크기의 얇은 직선 형태로 자른 후, 그 개별의 나무 조각을 일일이 먹이나 물감을 칠한 캔버스 천으로 감싸고 나무 조각들을 나열한 후 캔버스 틀에 하나의 나무 조각을 배치하고 바로 아래 혹은 가장자리에 유화 물감을 약간 짠 다음 또 다른 나무 조각을 붙여 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물감이 눌리며 그 흔적이 나란히 배열된 나무 조각 사이로 스며 나오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화폭을 스크래치 하여 역동적으로 표현하거나 유화 물감으로 덧칠하여 화면의 리듬감과 율동감을 살리는 등 다채롭게 변주된 작업방식이 가미된다

단색과 단순함을 인내하여 미학으로 나간다


K1 안쪽 전시실은 모두 Post-Conjunction이다. 길다란 천 막대가 세로로 그리고 간혹 세로로 배열되어 있다. 막대 사이로 물감이 흘러내리다가 옆으로 쭉쭉 삐져나온다. 느낌이 각각 다르다. 색과 터져 나온 모습이 변조를 이루며 전시실을 꾸미고 있다. 흑색의 작품이 자못 명상적이다. 자연스레 흐르는 듯한 물감 자국과 사선으로 쓸고 간 듯한 자국들에서 작품의 깊이가 언뜻 보이는 듯도 하다. 하여튼 강박적인 강요없이 편안하기에 최소한 벽에 걸어두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K2 전시실에는 Conjunction과 Post-Conjunction 작품이 혼합되어 있는데 Post-Conjunction 작품은 가늘고 넓은 대나무 마디를 붙여 놓은 듯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단순한 가운데 변화를 보여준다. 색이 있는 동양화처럼 붓터치와 색의 농담이 느껴진다. 그것이 거슬리지 않는다.

단순하면 명상적이지만 변화가 없고, 복잡도가 높아지면 눈에 거슬리기 쉽다. 마치 단순하고 정제된 잭슨 폴락의 작품이랄까. 작품은 2차원이지만 삐져나온 물감 덩어리들이 차원을 높이고 있다. 생각건대 수학적으로도 2.3차원은 충분히 넘어갈 것 같다.

K3 전시실은 접합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작품은 미쟁이들이 벽을 바를 때 하는 방식으로 나이프 자국들이 질감과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떤 것은 색상까지도 흙벽과 유사하다. 문질러 놓은 자국이 동물의 형상인 듯 사람의 형상인 듯 작가가 추상을 추구하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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