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보이만스 판 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초현실주의를 말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시기간 2021.11.27~2022.3.6
관람시간 10:00~19:00
입장료 20,000원, 전시실 사진 촬영은 불가
관람일 : 2022.1.30
‘이것이 초현실주의다‘라는 선언과 르네 마그리트의 ‘붉은 모델’ 포스터를 보며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의 내면 속으로 들어서면 전시가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총 6개의 주제로 구성하여 초현실주의를 보여준다.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의 초현실주의 제1선언 책자는 말한다. “‘경이로운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경이로운 것만이 아름답다.”고.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가 ‘붉은 모델’을 통해 삶의 고단함을 이야기한다. 땅바닥의 동전, 찢겨진 신문조각이 삶의 파편처럼 숨어져 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림에서 장화 주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달리의 커플의 내면이 구름을 헤치고 아득히 펼쳐진다. 초현실주의가 현실을 넘어 꿈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라는 것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내면의 세계가 현실처럼 펼쳐 있는 것, 이것이 초현실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마르셀 뒤샹의 여행가방 속 상자가 초현실주의를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관람자의 관점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뒤샹의 주장이 작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는 미술의 자유를 선언한다. 미술가에게, 관객에게 전통적 생각를 허물고 작품을 만드는 자유, 작품을 보는 자유를 선사한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작가인 만 레이도 ‘선물’을 통해 뒤샹의 생각을 뒷받침해 준다.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다리미에 구리못 14개를 붙여서 옷을 다리는 다리미에 못을 박아 놓은 작품을 대하며 우리는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오브제의 미적 의미를 넘어서 화가나 조각가의 기술이나 기교를 넘어선 미에 대한 생각의 중요성을 그는 주장한다. 만 레이는 “오직 인간만이 쓸데없는 것을 창조하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 설치 미술들은 뒤샹이나 만 레이에게서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초현실주의는 단순한 예술 사조라기보다 하나의 철학인 것이다.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는 역시 달리다. ‘꿈꾸는 사유’ 전시 섹션의 많은 부분을 그의 작품들이 장식하고 있다. ‘위대한 편집증’, ‘전쟁의 얼굴’, ‘이비인후과적 머리’, ‘아프리카의 인상’, ‘서랍이 있는 밀로의 비너스’ 등 다양한 성격의 작품으로 달리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을 둘러 보았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소장품의 수준이 이런 초현실주의 거장들이란 전시를 기획할 만한 미술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비합리적 형상과 구성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묘한 장면이 낯익은 것처럼 익숙한 것이 욕망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미술이 과연 아름다움인가 아니면 생각를 전하는 것인가 하는 혼란을 전시장을 거니는 동안 내내 느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금지된 전시였는지도 모르겠다.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 설명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 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 남자의 머리 안에 앞 얼굴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유리집’보다 ‘금지된 재현’이 보다 은유적이라 우리에게 다가서며 큰 여운을 남긴다.
초현실주의는 현실을 넘어서서 욕망으로 일그러진 꿈의 세계를 그려낸다. 내면의 세계이지만 아직은 형체도 색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다만 통상의 현실적 인식과 불일치할 뿐이다. 현실의 형체나 의식이 심하게 왜곡될 수는 있지만 추상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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