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어둠을 지나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얼굴에 대고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된다.
깨달음을 향한 공간. 이 곳에 들어서면 우리의 입에서는 탄성의 신음이 배어난다. 이것이 반가사유상이구나하는 경탄이 침묵으로 공간의 무게를 더한다. 입구의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설명을 잊은 채 우리는 두개의 불상에 압도당한다. 그저 바라보다 보면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은 시가 되고 명상이 된다.
천년의 생각이 알알이 맺혀
엷은 미소로 피어나고
깨달음조차 적멸한 끝에
한줄기 어둠 속 향기처럼
영겁의 시간만이 그윽하다
가슴을 끊어낸 정성의 손끝이
미묘한 법열의 떨림으로 드러나고
보살의 너울조차 던진 모습에
한가닥 세파 속 바람처럼
청정한 공간 속에 가득하다
원오원아키텍츠 최욱 건축가는 하나의 연극 무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사유의 방'을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반가사유상이 묵언으로 이루어낸 침묵 속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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