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구입한 부드러운 청셔츠. 길이가 다소 길어 어울리지 않는다 하면서도 그냥 입고 지냈다. 시간도 흘렀고, 손을 대 어긋나도 마음 쓰리지는 않을것 같아 용기를 냈다.
가위로 싹둑 길이를 자른 후 흰색 fabric 물감을 붓에 묻혀 편한 마음으로 손가는대로 계산된 그림을 그려넣었다. 지워지지 않도록 뜨거운 다리미로 옷 위에 천을 깔고 힘을 주어 눌러주고. 절단면은 올 풀린채 입을까 하다가 옷수선테이프로 단을 정리해 주었다. 입어보니 나에게 맞춤옷이 된 느낌이 든다.
잘라낸 천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가벼운 작은 가방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천이 넉넉치 않아 남은 모양을 최대한 이용해 형태를 만들고, 끈까지 거의 버리는 부분없이 이용했다. 수선테이프 이용해 뜨거운 다리미로 눌러 붙여 편하게 가방을 완성시켰다.
사실 나는 재봉틀질은 전혀 못하고, 바느질도 굉장히 서툰 사람이다.
못하는 바느질로 서투른 솜씨가 드러나도 '이게 손맛이야'하며 스스로 만족하곤 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웃기는 일이겠지만 정성을 쏟은 나의 창조물을 작품이라 칭하며 뿌듯해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거다. 세상에 단하나가 되는 나의 명품 탄생의 짜릿함이라는 마술에 빠진거다.
16세기경의 영국민요를 작곡가 Vaughan Williams가 편곡한 관현악곡 < Fantasia on Greensleeves> 푸른 옷소매환상곡이 내 옷 위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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