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따뜻한 남쪽바닷가 마을에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익어가는 노란 비파가 열린다. 비파는 살구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신맛은 덜하고 달콤하면서 기분좋은 떫은 맛에 손이 자꾸 간다. 과육안으로는 몇 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과육은 비파청으로 만들고 씨앗은 비파주를 만들어본다.
Alberto Giulioli <Life> 서서히 잘 익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과 함께 마음을 실어 정표를 남겨본다. 인생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간다. 잔잔한 울림을 가지고 끝없이 이어질 듯이... 간혹은 격해질 것처럼 울먹이다 그렇게 그렇게 지나간다. 그것이 인생인 것인양.
내가 처음 비파를 만난것은 여수에서다. 봄이 지나가는 어느 날이었다. 나의 첫 근무지였던 직장의 정원에 햇살에 잘 익은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봄바람을 타고 나타났다. 같이 발령받은 동기. 친구보다 더 친구같이 지냈던 내 동기와 한두알씩 따 먹으며 꽃다운 스무살 시절 한해의 추억을 간직한 과일이다. 여수를 떠나온 이후로 비파를 만난적이 없어 까맣게 잊고 지내던 과일이다.
몇해 전 유월 하순 진도를 놀러가서 우연히 비파나무를 보고 아하 그래 이게 그 비파구나 하고 오감으로 마주하게된 비파를 숙명처럼 가슴에 안게 되었다. 수도권의 마트에서는 여전히 비파를 만날 수도 없다. 예전에 진도 운림산방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비파가 먹고 싶다 했더니 비파 수확철에 연락주겠다하여 전화받고 이번에 처음으로 받아보았다. 올해는 가뭄이라 풍작은 아니지만 알이 굵게 잘 익었다하는데 1kg에 3만원이라니 꽤 비싸다는 느낌.
비파는 아열대식물로 열매 형태가 악기 비파를 닮았다고 해서 비파나무로 불린다. 중국 남부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경남과 전남 제주도 등지에서 자라고 있다.
비파의 효능은 열매에 포함된 식이섬유가 변비에 좋고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비타민A, 칼륨 등이 풍부해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나트륨과 노폐물을 배출해 동맥경화·고혈압 등 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한다. 생과를 먹어보면 왠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주는 느낌이다
이렇게 만들었다 정갈한 나의 레시피
비파청은
비파를 식초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비파를 반으로 잘라 씨를 빼내고 소독한 유리병에 과육과 꿀을 켜켜이 쌓아올린다.
밀봉하여 실온에 3일 정도 놓아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비파주는 소독한 유리병에 비파씨앗을 설탕 조금 넣어 버무려 비파 몇알 넣고 소주를 부어 실온에 보관한다.
비파청과 비파주 담근 날은 2022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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