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왔습니다. 타데우스로팍 서울 전시장에 안젤름키퍼의 신작이 내걸렸다. 낙엽을 소재로 가을의 깊이를 드러낸다. 가을의 심연 속에서 먼 옛날의 메세지가 달려 나온다. 옛 교과서에 실렸던 서정이 현재의 감성을 자극하며 올 가을 내내 내 마음의 주변을 서성거린다.
안젤름키퍼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 때 고독하여 그 후 오래도록 가로수길을 서성였던 것이다. 안젤름키퍼는 그림이라는 틀로 편지를 쓰고 우리는 그것을 읽는다. 사실인 듯 사실같지 않은 그림 속으로 들어갈수록 그림은 사실로 각인된다. 가을의 먹먹한 향기가 마음을 녹여낸다.
<하늘의 먼 정원들이 시들어 버린 듯이... 떨어진다... 다른 별들에서 떨어져 고독에 잠긴다,>에서 "나는 이미지로 사고하는데, 시는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시는 마치 바다의 부표와 같고, 나는 그 부표들을 오가며 헤엄친다. 그들이 없으면 길을 잃는다. 무한히 팽창하는 공간에서 무언가 덩어리들이 지어질 때, 시는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되어준다."는 말은 그의 작품하나를 생각나게 한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만났던 <알려진 밤의 질서, The Renowned Orders of the Night>의 무한한 공간에서부터 다가서는 철학적 느낌을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가운데 쌓아 올리다 멈춘 듯한 흙벽돌 담장도 인간이라는 한계가 오히려 아름다움의 원천이 된다는 역설적 미학을 슬그머니 드러내고 있었다. 어쨌든 포트힐에는 가을이 있었고 나도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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