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온정,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으로 움직임이 넘쳐나는 작품들이 자아도취적이며 몽환적 예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은 인물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면적 온화함을 뿜어내고 있다.
다비드 자맹(David Jamin) 특별전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가 2023. 2. 4 더현대 서울 ALT.1에서 개최되어 4.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내면자화상' 20여 점, '댄디' 20여 점 모네, 고흐 등 선배 예술가들을 오마주한 작품 30여 점 등, 총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관람객들을 위한 '한국의 별'(The Stars) 시리즈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에 헌정한 작품 18여 점도 눈에 뜨인다
첫 번째 주제는 ‘프로방스의 작업실’로 명명되어 있다. 프로방스의 태양과 올리브 나무, 시장의 풍경, 광장의 분수들이 다비드의 고유의 색채와 붓터치로 밝게 살아난다.
반대편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의 음악이 살아서 화폭에서 울린다. 피아노가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첼리스트의 동작이 화폭 밖으로 음악을 뿜어낸다. ‘군중의 행렬’에서도 발레를 하는 듯한 동적인 움직임이 몇 개의 선과 점 그리고 색에 의해 드러난다. 다비드의 작품에서는 부드러운 움직임이 향기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는 ‘자유로운 멋쟁이’. 다비드가 오랜 시간 탐구한 캐릭터라는 댄디(Dandy)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춤을 춘다. 작가의 자화상 같은 작품들이 내적인 자유 속에 행복감에 젖어 자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디오게네스적인 황홀경에 빠진 자아도취적인 모습이랄까? ‘댄디’는 사전적으로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대중들에게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 중에 과시하는 멋쟁이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작품에서는 다분히 여성 취향이라는 느낌이 든다.
‘너와 나의 소우주’는 내면자화상의 세계이다. 활동적인 댄디의 모습은 이제 얼굴 표정만으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낸다. 사랑이라는 제목의 작품들에는 아내 세브린의 모습이 함께 하고 있는 듯하다. 밤을 배경으로한 검정 바탕의 작품들의 이면에는 흰색 바탕의 작품들이 대비되어 전시되어 있다. 부드러움과 충만함이 얼굴 가득 넘쳐흐른다. 동적 흐름을 나타내는 선과 점들이 푸른색과 어울려 희열에 넘치는 순간들을 영원 속으로 고정시킨다.
모네, 드가, 툴루즈 로트렉, 모딜리아니, 피카소 그리고 다비드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 앞선 작가에 대한 경의를 바친다. 아니 자신의 색깔과 화풍으로 예술의 선배에 대한 존경을 넘어 자신의 세계를 담아낸다. 모네의 자화상, 수련 그리고 우산을 든 여인들이 원작과 닮은 듯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반 고흐에 대한 경의-꽃피는 아몬드 나무가 벽면에 이어 바닥에 펼쳐진다.
다섯 번째 ‘한국의 별’은 한국 관객을 위한 선물이다. 다비드가 2022년 초, 리오넬 메시, 지네딘 지단, 펠레, 마라도나 등 역사에 남은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월드컵과 올림픽을 빛낸 메달리스들을 그려냈던 경험을 살려 전시 주최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문화계 인물 중에 공식적으로 초상권 사용에 동의한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을 주제로 한국인들이 열광한 순간과 인물을 경쾌한 색감과 터치로 보여준다. 이는 예술세계에서의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상업적 시도가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열린 마음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대중들에게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 중에 드러내 보이는 진정한 멋이 아닐런지
마지막 장은 ‘내 마음속 안식처’로 작가는 자신의 아내 세브린과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그리고 프로방스의 아몬드 나무의 흰 꽃, 노란 미모사, 붉은 양귀비꽃, 해바라기, 라벤더 등의 꽃을 자신의 안식처로 삼고 있다. 시종일관 밝고 평온한 작품의 세계가 이런 바탕 속에서 나오는 것일까
다비드 자맹은 ‘자유, 온정,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이라는 화두를 품고 살아가는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보며 강한 영감은 아니지만 잠시 평화로운 자유를 느껴본다.
나의 관람일은 2023.2.17. 금요일.
'미술관에 서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코헤이' <우주적 감성>을 오직 나의 마음으로 새기며 (1) | 2023.12.02 |
---|---|
MMCA <백남준 효과>…다시 열리는 1990년대 백남준·그때·그땅 (0) | 2023.02.26 |
리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호기심 뒤에 오는 반전 (0) | 2023.02.08 |
알렉스 카츠 <반향> 추상적 풍경을 보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0) | 2023.01.18 |
지금 집이 없는 사람 - 안젤름키퍼의 릴케에 대한 오마주 (0) | 2022.10.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