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그의 작업 세계를 되돌아보는 각종 전시 및 행사가 열리고 MMCA가 국립현대미술관답게 대규모 전시 <백남준 효과>를 2022년 12월에 개최하여 그 대미를 장식했다.
<백남준 효과>는 역사적인 전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기억을 소환한다. 전시에선 백남준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주요 작품 43점과 더불어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25명(구본창, 김해민, 문주, 박이소, 석영기, 양주혜, 윤동천, 이동기, 이불, 전수천, 홍성도, 홍승혜)의 90년대 회화·설치·사진 대표작 60점을 포함해 총 10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기간은 2022.11.10.-2023.2.26이다
MMCA 과천의 랜드마크 <다다익선> 우측으로 걸어가면 기획전시실 입구의 <백남준 효과>를 알리는 그래픽 디자인을 보며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익숙한 <칭키즈 칸의 복권>이 눈에 들어온다. 유라시아를 휩쓴 칭기즈칸처럼 자전거와 비디오 아트로 무장한 백남준이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를 석권하였던 기억이 묻어나온다.
그 옆으로는 1989-1994년 대한뉴스 표어들이 하나 하나 디스플레이 되고 있다. 올림픽과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도약하는 그 때 한국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은은하게 백남준 예술의 번영을 그리워한다.
구형 TV로 구성된 <장영실>이 측우기로 역사의 빗물을 재고 ‘담배 먹는’ 낙서를 칼처럼 늘어트린 <김유신>이 말을 타고 웃는다. 백남준 작품에 사용된 TV들은 특별히 제작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초기에 만들어진 TV들이다. 우연히 동대문 DDP 뉴미디어의 탄생이라는 <내일의 기억> 전시에서 백남준 작품에 사용된 TV들을 볼 수 있었다.
조덕현의 <20세기의 추억>이라는 낡은 사진 속 군상은 앞에 늘어진 씰꾸러미를 안고 있는 수많은 북에서 나온 여러 씨실들이 얽히고 얽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여러 문화와 역사가 씨실이 되어 백남준 작품에서 피어나듯이.
<스위스 시계>가 어지러운 전선의 얽힘 속에서 길게 추를 늘이고 멈추어 있다. 지금 시간은?지금 이곳은? 작은 TV 3대가 둥근 추를 중심으로 3각의 대칭을 이루며 멈추어서서 시선을 끈다.
백남준이 만든 색동의 판 위에는 “보라 백남준은 꼭 재기한다”는 낙서와 더불어 비디오에서는 눈치채기 어려운 작품들이 재기를 꿈꾼다.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신경마비가 온 백남준의 의지가 아픈 듯이 어지럽게 색동의 세계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오늘 백남준 전시가 종료되는 2023.2.26.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리며 일단 전시회 감상 일부를 올린다.
백남준의 블루부처 앞에서 푸른빛의 부처를 만나다. 몇 개의 선(線-禪)이 둥글게 돌아 선정에 들어서고 그 앞에서 간절히 비오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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