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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서서

게오르그 바젤리츠 사람을 거꾸로 세우다

by 오늘도좋다 2021. 12. 24.

유럽의 명문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한남동에 서울점을 오픈했다. 개관전으로 게오르그 바젤리츠《 가르니호텔 》이 선택되었다.

신문의 전시 소식에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기억을 떠올리며 반가운 마음으로 찾았다. 그날이2021.11.20 토요일.

타데우스 로팍 서울점은 서울포트힐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발레파킹으로 주차시키고, 요금은 5천원
2층으로 올라갔다. 특이하게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대로변의 보도에서 제일 먼저 시선을 끌며 오르도록 되어있다. 일단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유리문 안으로 거꾸로 선 사람 그림이 보인다. 입구의 작은 화면에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영상이 흐르고 있다. 잠시 들여다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전시실 내부가 앞쪽은 마치 배의 앞부분처럼 뾰족한 삼각형을 하고 있고 폭은 좁지만 안쪽으로는 폭도 넓어지면서 깊숙한 느낌의 긴 형태다.


의자에 앉아있는듯 한 큰키의 사람들이 모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위에서 찍어내면서 생겨난듯한 데칼코마니와 같은 문양이 마치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느낌이다. 뿌리기도 하고 흐르면서 번져나간 자국이 사람이라는 형상은 분명하지만 부분을 살펴보면 추상화로 보인다. 종이 위에 잉크로 그려진 드로잉들도 느낌이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지난해부터 시도한 찍어내기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캔버스에 단순하게 그린 뒤 다른 캔버스에 찍어낸 후 거듭 찍기도 하고 물감을 더 뿌리기도 하면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2021년 신작들이다.

갤러리에서 제공하는 설명문에 따르면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회화 연작에서 그는 50년이 넘도록 자신의 예술적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온 부인 엘케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잘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이러한 거꾸로 된 엑스레이와 같은 형상의 이미지를 창출해 내기 위해 많은 생각과 시도가 있었으리라.

전시의 제목 '가르니호텔'은 프랑스어로 저가호텔 을 의미하는데,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착안돼 고안된 제목이다. 무엇인가 멋진 이름이다. 어떤 막연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언어들이 우리의 감각을 작가의 거꾸로 선 세계로 보다 친근하게 이끌어 간다.

최신작에서 엘케의 지배적인 물리적 존재감은 색의 전이를 통해 감상자에게 전달되며, 이때 우연의 요소가 작품에 개입된다. 엘케를 다룬 최신작들에서 회화적 재현에 대한 고민, 주체성의 불가피성, 반려자를 통한 자아의 재현 등의 화두를 다루면서 자신의 작품 속에 실존주의적 함의를 도입하였다고 하는데 평론가의 언어는 너무나도 난해하다.

내가 바라보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 엑스레이를 찍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지만 그림에 표현된 것은 뼈가 아니라 근육의 윤곽을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스케치한 작품을 통해서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엑스레이처럼 뼈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곽의 형태와 근육의 선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노란색과 붉은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가는 이 작품들을 거꾸로 그렸을까. 그려서 거꾸로 매달았을까? 최소한 모든 것을 거꾸로 그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세상을 뒤집은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이 작품을 사서 다시 뒤집어 돌려놓고 싶은 충동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잠시 그리 생각한 것을 보면.

공간을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어떤 선들은 의자라는 것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둘이 있는 작품 중에는 벤치가 보이는 작품도 있다.

인터넷으로 작품을 본 것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엑스레이 영상처럼 느껴지던 것에서 살덩어리 질감을 느끼게 되다니. 참 인공지능은 이 작품을 보고 이걸 돌려놓을 수가 있어 구글 포토에서 한번 실험을 해봐야 되겠다.

포트힐을 본다


포트힐은 대로변에 면한 변은 좁고, 안쪽으로 긴 지형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잘 지어낸 건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경사진 지형임에도 이렇게 예술적 공간으로 구성해 놓았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1층으로의 진입로보다 더 시선을 끈다. 보통의 건물과는 다르게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미치 골목길을 찾아 들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포트힐 건물 자체가 장난이 아니다. 포트힐은 사이(SAI)건축 박주환 건축가의 설계로 만들어져 201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및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한 바 있다.

건물도 나름 재미가 있어 여기 저기를 돌아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건물은 언덕의 항구에 정박한 배모양을 하고 있다. 비탈의 좁은 공간을 활용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깊어가는 가을과 어울려 한층 그 멋을 더하고 있다. 작은 공간 공간들이 각자 자기 주장을 하며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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