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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맛을 우려내다

여행의 기억 매생이 굴떡국

by 오늘도좋다 2022. 1. 17.

추워서 좋다. 호호 불며 먹는 매생이 굴떡국. 이것도 매생이국의 변주곡이다.

매생이 짙푸른 겨울바다가 넘실대는 위로 히끗히끗 포말이 일어나듯 거품처럼 일렁인다.
고흐의 붓터치처럼 매생이 빛깔이 삶의 영감을 불러온다.


겨울의 바다도 마음으로 들어오면 이리도 부드럽고 따스하다.
미끄러지듯 바다말의 감촉이 내게로 밀려온다.
부드럽게 씹히는 속살 같은 흰떡의 감촉에 더하여 짭조름한 풍미를 더한다.

비발디 사계 겨울과 함께 호호불며 먹는다.
바다 머금은 푸루른 매생이와 탱글탱글 우유빛 굴.
가끔 씹히는 청량고추 매콤함이 우리에게 맛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매생이와의 첫 만남은 십여년전 겨울 지리산 쌍계사에서 시작된다. 연자죽을 먹으러 들어간 작은 죽집에서 덤으로 내어 놓은 매생이국이 그리도 맑고 깔끔한 맛을 전해 주었던지. 스님이 오신다면서 준비했는데 우리에게도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당시 서울에서는 매생이를 구경할 수도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매생이도 산지가 아니라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철이 되면 매생이국과 매생이전을 상 위에 올려본다. 여행길 힘든 여정을 가만이 어루만져 주던 그 맛을 기억하며.

매생이를 소금물에 씻어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냄비에 매생이와 다진 마늘 청량고추 넣어 참기름으로 볶은 후 그릇에 담아둔다.
멸치와 야채 우린 다시물을 냄비에 담아 끓인 후 떡살을 넣고 익힌다.
떡살이 부드러워졌을때 굴 넣어 잠시 끓이다가 매생이 넣어 한소끔만 끓여낸다. 간은 멸치액젓으로 맞춘다.

굴은 오래 익히면 질겨지고 풍미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바다 패류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매생이도 오래 끓이면 푸르른 색이 어둡게 변해 맛도 색감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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