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에 최고로 치는 녹두를 이용해 끓이는 녹두죽은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갈해진다.
남편의 제안에 따라 이번은 야채넣은 녹두죽 변주곡이다.
어릴때 특별히 아프고 기운 없을때 맷돌에 돌려 갈아서 쑨 녹두죽 맛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 남편의 평이다. 맷돌 맛에 못 미치고, 녹두 자체도 달라져 옛스런 맛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녹두죽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맛과는 격이 다르다. 순수한 녹두의 맛에 다양한 야채의 풍미가 수줍은 듯 배어난다. 녹두빛보다 더 짙은 초록의 빛으로 세속에 찌든 우리의 입맛을 정갈하게 씻어준다. 그리고 그 속에는 아플때 날 돌보던 어머니의 정성이 함께 하고 있으니.
Franz Liszt <Consolation> S.172 No.3 Lento Placido
리스트의 위로 3번을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로 듣는다. 조용하게 천천히 늘여서 연주하여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준다. 어딘가에 있을 우리의 마음을 찾아 딱딱 건반을 찍어가며 천천히 흘러간다. 소리를 늘이듯 마음을 느긋하게 늘여 몸을 쉬게 한다. 이것이 녹두의 성정이다. 그 맛이 나의 정갈한 레시피에는 정성으로 담겨있다. 꿈결처럼 휴식을 취하듯 오늘 녹두죽을 먹는다. 초록을 더한 녹두빛 향기와 함께하며.
나의 정갈하고 서정성 넘치는 레시피
불린 녹두를 삶아 믹서에 곱게 갈아놓는다.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아 쌀알이 투명해지면 넉넉히 물 부어 끓이다가
어제 밤 저녁 짓고 남은 누룽지와 함께 부드러워질때까지 끓인 후에
갈아놓은 녹두와 잘게 다진 당근과 미나리 넣어 저어가면서 익히다가 소금간을 하니
고소한 맛이 돋아나는 녹두죽이 되었다.
함께 한 곱게 다진 당근과 미나리의 식감이 생생함을 더해준다.
새우젓 오젓을 곁들이니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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